열돔 결계 쳐진 한반도…2018년 폭염 넘었다? [해시태그]

입력 2025-07-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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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폭염 언제까지?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어떻게든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는 ‘템빨’로 진화 중입니다. 습기, 무풍, 고온이라는 삼단콤보가 작열하는 ‘열돔(Heat Dome) 지옥’ 한복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은 결국 장비빨. 에어컨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고 밖을 나설 때면 손풍기(휴대용 손 선풍기)와 양산은 필수입니다. 한때는 중년여성의 전유물이었던 양산이 이 이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손에 쥔 생존 필수템이 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건 그저 짜증을 내는 것뿐. 이토록 강력한 자연의 위대함(?) 앞에 그저 작아지죠.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 더위. 대체 왜 이렇게까지 뜨거운 걸까요? 이 모든 시작은 바로 그 ‘열돔’ 그리고 이제는 웬만한 마법도 뚫지 못할 기상 결계 수준의 구조가 한반도를 둘러싸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캡처)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캡처)


“2025년 여름은 1994년, 2018년, 2024년을 모두 넘을 수 있다”

여름이 시작된 지 두 달도 채 안 됐지만 경고는 서늘한데요. ‘2018년보다 더하다’라는 말, 무섭지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기록은 숫자가 말해주죠.

기상청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7월 22일까지 전국 평균 일평균기온은 24.4도, 일최고기온 평균은 29.4도로 모두 1973년 이후 최고치인데요. 일최저기온 평균과 밤최저기온 평균도 각각 20.1도, 20.6도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폭염일수 역시 예년을 훌쩍 뛰어넘었는데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13.3일로 평년보다 10일 가까이 많았죠. 같은 기간 열대야일수도 4.9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일 늘었는데요.

서울은 27일 낮 기온이 38도를 찍으며 7월 기준 역대 4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강릉에서는 밤 최저기온이 30도에 달해 ‘초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죠.

폭염의 계보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해는 세 번이 있습니다. 1994년, 2018년, 그리고 2024년인데요. 올해 여름은 이 세 해가 남긴 폭염의 특성을 고스란히 한데 모은 듯한 양상을 보입니다.

먼저 1994년은 한국 사회가 ‘폭염’이라는 개념을 처음 각인시킨 해였는데요. 당시 서울은 38.4도의 최고기온을 기록했지만 정부 차원의 폭염 대응 체계조차 없던 시절이었죠. 인명 피해 집계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후 2018년은 폭염의 절대적인 강도 면에서 사상 최악으로 기록됐는데요. 강원도 홍천에선 41.0도, 서울에서는 39.6도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기온이 관측됐습니다. 그해 여름 전국 평균 일최고기온은 37.5도로, 1994년(37.1도)과 2024년(35.8도)을 모두 넘어섰죠. 기록뿐 아니라 피해도 컸습니다. 온열질환자는 4526명, 추정 사망자는 48명에 달했는데요.

그리고 2024년은 ‘끈질김’으로 신기록을 세운 해였습니다. 여름 더위가 9월 추석 무렵까지 이어졌고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2.8일, 열대야일수는 44.5일에 달했는데요. 지속성과 야간 더위 면에서 모두 역대 최고였죠.


▲삼복더위 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이 이어진 3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손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삼복더위 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이 이어진 3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손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올해 여름은 이 세 해의 특성을 모두 끌어안았는데요. 더 일찍, 더 강하게, 더 지속적으로 더운 여름을 뽐내는 중입니다.

기상청은 현재의 더위를 단순한 폭염이 아닌 ‘열돔’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한반도 상공에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자리 잡으면서 생긴 이중 구조 때문이죠.

북태평양고기압은 습하고 뜨거운 공기를 계속 밀어 넣고 티베트고기압은 건조하면서도 뜨거운 열기를 가둬 놓고 있는데요. 이 두 기압이 중첩되면 열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면에 정체되죠. 마치 뚜껑을 덮은 가마솥처럼 한반도 전체가 ‘열의 감옥’에 갇힌 셈입니다.

여기에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더 뜨거워지는 ‘푄 현상’까지 가세하면서 서쪽 내륙 지역은 이중·삼중의 열기층에 노출되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뚫리지 않는 엄청난 결계로 무장 중이죠.


▲서울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린 2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한 시민이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린 2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한 시민이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폭염을 식혀줄 태풍이 없다는 점도 이번 폭염의 특징인데요. 결계를 깨 주리라 기대했던(?) 태풍들이 모두 힘없이 물러났죠.

이달 말 기준으로 필리핀 해역에선 제7호 태풍 프란시스코와 제8호 태풍 꼬마이, 그리고 발생이 예보된 9호 태풍 크로사 등이 있었지만 모두 한반도 북상에는 실패했는데요. 북태평양고기압의 장벽이 너무 두껍고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태풍이 접근하지 못한 채 남쪽에서 수증기만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을 오히려 강화했는데요. 태풍마저 열돔을 부추기고 있죠.

기상청은 8월부터 기압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현재의 북태평양고기압이 계속 중심을 유지한다면 지금과 같은 폭염이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요. 반면 고기압이 동쪽으로 수축하고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 정체전선이 형성돼 국지성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폭염 아니면 폭우라니 올해 여름 선택지가 참으로 애석할 따름이죠.

폭염특보가 발효되지 않은 지역은 제주 한라산 산지와 추자도 단 두 곳뿐인데요. 그 외 전국은 모두 열돔의 영향 아래 있죠. 서울에서 대관령까지, 강릉에서 전주까지, 한반도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폭염을 뚫어줄 태풍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다음 주 날씨는 기압의 움직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 우리는 그 안에 고스란히 갇힌 채 여름의 정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막 시작된 8월, 그 한 달이 얼마나 더 뜨겁고 두려운 시간이 될까요? 두려워지는 요즘입니다.


▲28일 서울 강남구 일원에코파크 내 족구장에 마련된 강남구 도심 속 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5일부터 개장을 시작한 물놀이장은 내달 5일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오전과 오후 2회차로 회차별 300명, 하루 최대 600명이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8일 서울 강남구 일원에코파크 내 족구장에 마련된 강남구 도심 속 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5일부터 개장을 시작한 물놀이장은 내달 5일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오전과 오후 2회차로 회차별 300명, 하루 최대 600명이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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