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기술 없는 나라엔 미래 없다

입력 2025-07-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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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서용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대한민국 경제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KDI가 ‘경기 둔화’를 공식 언급한 가운데 1분기 ‘역성장 쇼크’에서는 벗어났지만, 반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부도 추경과 소비쿠폰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미국발 관세, 보호무역주의 확산, 공급망 재편 등 대외 통상환경이 녹록지 않다. 씨티은행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마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 이내로 낮춰 잡았다.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경제성장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모습이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동력은 산업 R&D였다. 1980년대 반도체 불모지였던 한국은 4M DRAM을 시작으로 ‘Made in Korea’를 알렸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수년간 지켜왔다.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도 꾸준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산업 현장의 기술 난제를 풀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온 산업 R&D는 대한민국 성장의 실체이자 주역이었다. 해외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CATL, 론지솔라, 화웨이 등 세계 1위 기업을 키워내며 제조 강국이 되었고, 미국은 우주항공, 첨단제조 R&D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일본도 디지털 전환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안간힘이다. 전 세계는 산업 R&D를 앞세운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지금 대한민국 R&D는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할 시점이다. 기술 자립과 인력양성을 위해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대한민국은 산업 현장에서 출발해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산업원천 기술’ 확보에 국가 존망이 걸려 있다. ‘K-R&D’의 핵심은 산업 R&D다. 더는 우리의 강점을 외면하고, 가야 할 길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 산업 R&D의 현실은 위기다.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기초연구와 산업 R&D 간 예산 격차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산업 R&D 투자는 정체되고, 기초투자가 가파르게 늘면서 그 격차는 거의 두 배로 벌어졌다. 불균형이 고착화된 2010년대 이후, 신산업 출현이 정체되고 성장률은 3% 밑으로 떨어지며 경제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산업 R&D의 투자가 지지부진하면서 국가 성장의 동맥경화를 초래한 것이다.

이제는 낡은 틀을 깨고 R&D 체계의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새 정부는 R&D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설계해, R&D의 근간이 되는 기초연구는 단절 없이 안정적으로 지원하되, 산업 R&D는 핵심기술을 기업에 공급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도 실리콘밸리의 우주방위, 에너지, 로봇 스타트업들과 협력하여 제조업 재건에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도 기초역량은 꾸준히 키워 노벨급 성과를 이어지도록 하고, ‘산업 R&D’는 현장에서 절실한 원천기술을 조기 확보해 산업 전반에 핵심기술이 뿌리내리도록 ‘K-R&D 투트랙 전략’이 시급하다.

둘째, 구태의연한 제조업 R&D만으로는 미래를 열 수 없다. 기존 제조역량을 유지하면서, AI 융합 혁신에 나서야 한다. 예측 유지보수, CPS 시스템, 물류 자동화 등으로 제조 경쟁력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야 한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고연산 반도체, 엣지 컴퓨팅 등 제조 AI 전환의 R&D 기반을 촘촘히 구축해 산업 전반에 AI를 빠르게 확산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 R&D의 실행 역량을 키워야 한다. 최고의 대·중견·중소 기업이 ‘K-드림팀’을 구성해 선단형 R&D를 추진하도록 과감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R&D 문화를 조성하고, 산업부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처럼 혁신 DNA를 산업 전반에 확산시켜야 한다. 우리도 ‘진짜 R&D’에 도전할 때가 왔다.

과거 우리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불가능해 보였던 산업화를 일궈냈다. 돌아갈 배를 불태우고, 솥을 깨뜨리는 절박함으로 산업 R&D에 매달렸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 이제 다시 한번 ‘탈방(脫蚌)’의 각오로 위기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더욱 빛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 R&D 전환의 골든타임이며, 침체의 경제를 다시 띄울 비상(飛上)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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