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들이 미국 항암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주요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미국 임상 및 인허가에 도전하며 해외 판로를 탐색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글로벌 규제 리더십을 확보한 기관인 만큼, FDA의 문턱을 넘으면 신약으로써의 잠재력은 물론 기업의 인허가(RA) 역량도 입증할 수 있어 주목된다.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암 신약 후보들이 FDA 인허가를 위해 줄을 섰다. 해당 의약품은 HLB생명과학과 신라젠은 표적항암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면역항암제, 종근당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이다.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성과를 확인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HLB생명과학이다.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약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간암 1차치료제로 FDA허가를 취득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혈관 내 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VEGFR-2)를 타깃으로 하는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계열 약물이다. 암 성장에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해 암을 사멸시키는 기전이다.
앞서 두 차례 리보세라닙에 대한 FDA 허가를 신청했으나, 각각 2024년 5월과 올해 3월 FDA로부터 보완요청서(CRL)를 수령하면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HLB생명과학은 항서제약과 FDA 담당자 미팅을 통해 보완사항 및 데이터 추가 등을 협의했고 곧 세 번째 허가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면역항암제 ‘GI-102’에 대해 미국과 한국에서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18년 파트너십을 체결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해 가속승인을 받고, 2028년 3분기 중 미국 시장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GI-102는 현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임상을 실시하고 있으며, 초기 데이터에서 대상 환자 4명 모두 표적 병변이 감소한 결과를 확인했다. 표준치료에 실패한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단독요법 임상에서도 질병통제율(DCR) 80%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종근당은 항체-약물 접합체(ADC) 항암 신약 ‘CKD-703’의 FDA 임상 1/2a상 계획을 최근 승인받았다. 임상은 미국 내 비소세포폐암 및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CKD-703의 안전성, 유효성, 용량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CKD-703은 종근당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 타겟 신약이다. c-Met를 겨냥하는 단일클론항체에 ADC플랫폼을 접목해, 암세포 내부로 세포독성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기전이다.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고, 혈중에서 약물이 무분별하게 분리되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
신라젠은 현재 미국과 국내에서 1상을 진행 중인 BAL0891에 대해 최근 FDA로부터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으로 변경하는 계획서를 승인받았다. 이번 변경 승인에 따라 신라젠은 중국 기업인 비원메디슨으로부터 ‘티슬렐리주맙’을 무상으로 공급받아 미국과 국내에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BAL0891과 병용하는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BAL0891은 신라젠이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유사 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다. 종양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PLK1과 TTK 두 가지 인산화 효소를 동시에 저해하는 계열 내 최초 신약 후보물질이다. 신라젠은 고형암뿐 아니라,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등의 혈액암으로 적응증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항암제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 행렬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치료제 시장은 2023년 약 1544억 달러에서 2030년 약 2578억 달러로 연평균 7.6%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항암제 분야의 핵심 격전지로, 지난 20년간(2003~2022년) 출시된 신규유효물질(NAS) 총 237개 가운데 189개가 미국에서 출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