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안톤 허 "자필로 쓴 이야기⋯정보라 번역 감사해"

입력 2025-07-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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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 첫 장편소설 '영원을 향하여' 출간 기자간담회

정보라 작가님이 번역을 잘 해주셨다. 내가 쓴 책 같지 않다. 번역이 잘 되었다는 신호인 것 같다.

▲안톤 허 번역가 겸 소설가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소설 '영원을 향하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톤 허 번역가 겸 소설가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소설 '영원을 향하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간 '영원을 향하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안톤 허는 출간 소회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은 번역가로 유명한 안톤 허가 쓴 첫 장편소설이다. 그는 정보라, 박상영, 황석영 등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했다. 특히 정보라의 '저주토끼'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각각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와 최종 후보에 올랐다.

번역가로 승승장구하던 안톤 허가 직접 소설을 쓴 이유는 단순하다. 어렸을 때부터 영문학에 빠져 영어 소설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번역이라는 통로를 거쳐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소설을 쓰게 됐다.

안톤 허는 "항상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통번역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했고, 엄청난 열망을 가지진 않았다. 특히 문학 번역을 하면 영미권 출판사와 네트워킹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소설을 쓰기 위해서) 계속하게 번역 일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영원을 향하여'는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소설이다. 핵전쟁이라는 전환점을 맞은 인류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에 관해 질문하는 작품이다. 안톤 허는 이 소설을 영문 자필로 썼다.

그는 "자필로 글을 쓸 때는 (컴퓨터와 달리)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그 간격 속에서 수많은 생각을 한다. 거기에서 인류의 모든 문학이 생겨났다"라고 말했다.

▲안톤 허 번역가 겸 소설가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소설 '영원을 향하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톤 허 번역가 겸 소설가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소설 '영원을 향하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신간은 정보라가 직접 한국어로 번역했다. '저주토끼' 때와 상황이 바뀐 것이다. 안톤 허는 "정보라 작가님이 먼저 번역하고 싶다고 말해주셨다"라며 "나는 그게 엄청난 희생이고 영광인지 안다. 작가님이 번역을 나보다 더 잘한다. (내가 쓴 소설이지만) 나는 이렇게 번역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쓴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아야 '잘 된 번역'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편집도 마찬가지다. 과거 신경숙 작가님의 '바이올렛'을 번역할 때 걱정이 많았다. 근데 편집자님이 퇴고를 정말 잘해주셨다. 그 경험이 굉장히 강렬했다"라며 "이번의 경우도 내가 쓴 책 같지 않고, 정보라 작가님이 쓴 책을 읽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안톤 허는 소설을 쓰면서 시인 이성복의 시론집 '무한화서'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 책은 이성복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학생들과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 창작 수업을 고스란히 옮긴 책이다.

안톤 허는 "이 책에는 '시는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언어가 쓰는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며 "작가는 일종의 언어를 위한 비서일 뿐 무언가 창조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이성복의 열혈 독자인 안톤 허는 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곧 미국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안톤 허는 "자꾸 시를 번역하고 싶다. 시 번역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업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시를 계속 번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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