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은 승용차 수출 감소 영향
고율 관세+IRA 조기 종료에 ‘이중고’
‘싼 차도, 세금 혜택도 없는 한국 車’
현지 ‘프리미엄’ 무너질 수도
한국산 자동차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조기 종료로 ‘이중 역차별’에 직면했다. 올 상반기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분 중 절반 이상은 승용차 수출 부진에서 기인했다. 국내 산업계는 단순히 ‘수출이 줄었다’가 아니라 미국 내 한국산 차량의 존재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근본적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수출은 622억 달러(약 85조89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7%(24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상반기 이후 4년만의 첫 감소다.
특히 전체 감소분 24억 달러(약 3조3100억 원) 중 59.8%인 약 14억3000만 달러(약 1조9800억 원)가 승용차 품목에서 줄어었다. 한국 승용차의 상반기 대미 수출액은 118억 달러(약 16조29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다.
가장 타격이 큰 품목은 전기차다. 지난해 상반기 대미 수출 5위 품목이었던 전기차 수출은 26억9000만 달러(약 3조710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억9000만 달러(약 4000억 원)로 89.1% 급감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에서도 현대차·기아의 1~5월 대미 전기차 수출은 7156대로, 전년 동기 5만9705대보다 88%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25% 고율 관세와 IRA 기반 세액공제 조기 종료라는 이른바 ‘이중 역차별’이 정면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본 브랜드는 미일 간 상호관세 합의로 인해 관세율이 15%로 낮아졌고 멕시코·캐나다 등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조건 충족으로 관세 부담을 피하고 있다. 반면 한국 브랜드는 미국 현지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고스란히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은 USMCA 기준 충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상쇄하고자 멕시코·캐나다 등을 활용하는 한편 부품 현지화와 원산지 최적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멕시코 생산을 유지하면서 북미 통합 생산 체계를 지속 추진하고 있고, 도요타는 멕시코·캐나다에 엔진·파워트레인 생산 설비를 유지하며 북미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은 한국산 승용차의 입지가 흔들릴까 우려한다. 단순한 과세 충격을 넘어 미국 현지에서 한국차가 ‘싼 차도, 세금 혜택도 없는 차’로 인식되며 시장 내 프리미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 내 고율 관세 지속과 인센티브 철회 기조가 이어진다면, 한국차는 수출 부진을 넘어 시장 내 프리미엄 포지셔닝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일본에 비해 비싼 한국산 자동차 관세로 시장 내에서 한국산 차량이 가격·세금 모두에서 메리트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특히,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한국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 변화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는 판매량 감소뿐 아니라 기업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 고율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조사가 수익성을 희생해야 하고, 이는 곧 광고 축소와 마케팅 위축으로 이어져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조36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4% 감소했다. 현대차는 최근 판매생산회의에서 “전공장 8월 생산계획은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8월 초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생산 계획이 좌우될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