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단단한 행동주의' 쿼드자산운용, 주주환원은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25-07-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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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커스 자사주 소각 이끈 김지열 이사 인터뷰
“조용한 행동주의 지향…강한 신념”
기업 디스카운트 해소 우호적 제안
정부 정책 변화와 맞물리는 방향성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쿼드자산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쿼드자산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쿼드자산운용(이하 쿼드)이 또 한 번 기업을 움직였다. 약 46%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내며 ‘행동주의 투자’의 성과를 입증한 것이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한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운용1본부 이사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커스의 자사주 소각을 두고 “놀라운 수용성”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매커스는 지난 22일 전체 발행주식의 약 46%에 달하는 자사주를 전격 소각하기로 결정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 중심엔 쿼드의 조용한 행동주의가 있었다. 쿼드가 말하는 '행동주의'는 공격적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주주와 경영진이 함께 기업가치를 높이는 과정이며, 조용하지만 끈질긴 압박과 설득의 결과다.

'싸우지 않고 움직인다'…쿼드의 방식, 통했다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쿼드자산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쿼드자산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김 이사는 “보통 주주제안을 하면 문부터 걸어 닫고, ‘왜 경영 간섭하느냐’며 방어적 반응부터 나오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매커스는 처음부터 달랐다. 방어적 자세는 없었고, ‘우리는 주주다’라는 인식이 명확했다. 우리가 제안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같은 이슈도 열린 자세로 경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당시 매커스는 자사주가 전체 지분의 46%나 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소각하면 기업가치 리레이팅(재평가)될 것이 분명했고, 회사의 성장성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며 "이에 따라 자사주 소각을 제안했고, 매커스는 이를 곧바로 수용했다. 이후 주가는 상한가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쿼드가 매커스를 주목한 건 단순히 산업의 성장성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가치 자체의 펀더멘털(기초체력)도 높게 평가했다. 매커스는 글로벌 1위 FPGA 반도체인 AMD 제품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며, 방산·HBM 반도체 등 고성장 분야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인력과 기술 지원 역량도 일반 유통사 수준을 넘는다는 게 쿼드의 평가다.

김 이사는 “주주환원은 결국 수익률 제고로 이어지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투자 대상이 되긴 어렵다"며 "산업 사이클을 먼저 보고, 그 산업 안에서 경쟁우위와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한 뒤, 경영진을 ‘설득의 대상’으로 보고, 최대한 비공개 접촉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쿼드는 매커스를 포함해 지금까지 다수의 국내 상장사에 주주환원 정책을 제안해왔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례로는 한국단자, 하이록코리아 등이 있으며, 비공개로 진행돼 알려지지 않은 건 이보다 훨씬 많다. 쿼드의 전략은 공개 캠페인보다는 조용한 대화를 통한 협의다. 김 이사는 “전체 관여 사례의 80% 이상은 조용히 끝난다”고 말했다.

이는 얼라인파트너스, VIP자산운용 등 여타 행동주의 펀드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이다. 쿼드는 공개캠페인을 택하기보다는 법적 리스크와 펀더멘털 관점의 개선 여지를 먼저 제시하며, 가능하면 우호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한다. 관계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기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한다"며 "대부분의 경우, 기업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단지 간과했던 부분을 짚어드리는 것이다. 꾸준히 설득하면 대부분 수용해주시고, 함께 고민한다. 강압보단 공감이 통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필요한 경우 인력을 직접 파견하거나 법률 조치도 불사한다고 덧붙였다.

“성장은 기업의 몫, 하지만 그 과실은 함께 나눠야”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쿼드자산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쿼드자산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정책과 상법 개정안은 쿼드의 전략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김 이사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 도입,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최근의 제도 변화는 단기 시세보다 장기 주주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라며 “이는 장기투자 문화 정착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본래 목적대로 주주환원 수단으로 쓰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국민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 투자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쿼드는 자사주 비중이 높고 배당성향이 낮았던 기업들을 새롭게 펀드에 편입하고 있다. 법 개정이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 지형도 바꾸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큰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집중투표제를 예로 들며 "우리는 미국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며 "미국은 이미 강력한 최대주주가 없는 시장 구조이고, 이사회 역시 다수 주주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며 "반면 우리는 구조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집중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서도 그는 “처음 자사주를 취득할 땐 대부분 ‘주주가치 제고 및 환원’이라고 공시하지만, 최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나오자 오히려 이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이 같은 왜곡을 막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제도는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조정해 나가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쿼드는 지금도 ‘조용한 행동주의’를 통해 기업을 설득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이익을 얻는 건 때로는 운용사 자신보다, 그 기업을 믿고 오랫동안 보유한 일반 투자자들이다. 김 이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투자자 모두에게 수익이 돌아가야 하고, 우리는 그 과정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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