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국민 신뢰 굳건히…
재판권한 부여한 국민 믿음,
헌법재판소 소장 주요 책무”
오영준 “12‧3 위헌적 비상계엄
불의에 맞선 국민 항거에 경의”
24일자 취임…6년간 임기 개시
김상환(59‧사법연수원 20기) 헌법재판소장과 오영준(56‧사법연수원 23기) 재판관이 24일 취임하면서 헌법재판소가 9인 체제로 정상화됐다. 올해 4월 문형배‧이미선 전 헌법재판관 퇴임 후 3개월 만이다.

김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헌법재판소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결정을 통하여 쌓아온 ‘국민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저에게 맡겨진 주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김 소장은 “그 중심에는 ‘믿고 승복하는 재판, 헌법의 뜻을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재판’이라는 본질적인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결정은 추상적 헌법 조항을 현실에 구체화하고, 우리 사회가 헌법이 예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통하여 우리 헌법의 의미와 가치를 성실하게 구현할 때 헌법재판권한을 부여한 국민의 믿음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심판 절차가 합리적인지, 심리가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충실하고 객관적인 논증을 담아내는지, 종국 결정이 우리 헌법의 뜻과 정신에 부합하는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은 국민이 부여한 헌법재판권한 행사의 전제임을 명심하고 어떠한 선입견 없이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리 사회 현실‧갈등과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수 국민의 법의식과 소망은 물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헌법재판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국민의 절차 접근성을 확장하는 일”이라며 “심리 과정에서의 논증을 결정문상 명확하고 평이한 언어로 옮기는 일은 국민의 헌법과 헌법재판에 대한 이해를 돕고, 결정을 더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게 김 소장 판단이다.
그는 또한 “우리는 실제로 외부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보여야 한다”면서 “스스로를 독립성이나 공정성이 의심받는 위치에 둠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재판 독립…선입견 없이 균형 잡힌 시선” 강조
절차 접근성 확장…결정문, 평이한 언어로 써야
같은 날 김 소장과 함께 취임한 오 재판관은 특히 “저는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법치주의, 대의민주주의를 신봉하고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평등하다는 헌법 가치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라고 공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개인의 욕구가 다방면으로 분출하고, 성별‧세대‧지역‧이념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며 빈부 격차와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며 그동안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여러 사회‧경제‧문화‧정치적 문제들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헌법재판소에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사건들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라고 평가했다.

오 재판관 역시 이날 취임사를 통해 ‘국민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오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3일 위헌적인 비상계엄으로 온 나라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우리 국민들은 불의에 맞서 항거하였고, 우리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그 어두움을 걷어내는 빛의 소임을 다하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 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국민들과 국회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다시 한 번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제 우리 앞날에 드리웠던 안개는 걷히고 우리 사회는 회복의 걸음을 다시 내딛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헌법의 중요성을 체감한 우리 국민들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고 평했다.
오 재판관은 “이러한 국민들 기대 속에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헌법재판관 자리는 제가 그 깊이와 무게감을 감당하기에 벅차다는 점을 고백한다”며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한 저의 다짐은 ‘헌법과 국민 앞에 헌신’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吳, 국회 동의 절차 없이 대통령 지명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김 소장과 오 재판관을 임명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오후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이 두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재판관 겸 헌재소장 후보자로 김상환 전 대법관을, 대통령 몫 재판관 두 명 중 나머지 한자리 후보자로는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달 24일자로 취임한 김 소장과 오 재판관은 6년 임기를 개시했다.
헌재소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명된 헌재소장은 재판관 임기 6년 중 남은 기간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김 소장은 이강국 전 소장(2007년 1월~2013년 1월) 이후 12년 만에 대법관을 역임한 헌재소장이다. 동시에 이 전 소장 이래 12년 만에 처음으로 6년간 헌재소장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오 재판관은 대통령 지명 몫 재판관이어서 별도 국회 동의 절차 없이 대통령이 임명 가능하다.
박일경 기자 ek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