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정책실패, 바뀐 게 없다 [인구정책 새로고침 上]

입력 2025-07-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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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7-2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관성적 정책·예산 활용…‘진짜 문제’ 외면하고 새 정책만

정부가 첫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시행한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응에 투입한 예산은 300조 원을 웃돌지만, 혼인율과 출산율 등 주요 인구지표는 2010년부터 정체돼 2015년 이후 급속도로 악화했다. 명백한 정책실패다. 부문별 문제의 심각성과 괴리된 관성적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 목적이 아닌 개별 예산사업 중심의 기본계획 수립 등이 원인이다.

본지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집행된 518개 저출산 대응정책 및 예산을 분석한 결과, 정책·예산의 문제·목표 대응성과 정책의 다양성, 예산 활용의 적정성은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시행된 2010년부터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와 인구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토대로 저출산의 원인구조를 분해한 결과, 2010년 이후 합계출산율 정체·감소는 주로 혼인 지연·감소에 기인했다. 35세 미만 여성의 5세 단위 조혼인율(해당 연령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산술평균은 2005년 33.3건에서 2010년 36.5건으로 회복됐으나, 2015년 35.6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17.4건으로 줄었다. 가임여성(15~49세)의 5세 단위 조혼인율 산술평균도 2005년 22.3건에서 2010.2015년 24.2건으로 회복됐다가 2019년 19.3건으로 줄었다.

그런데, 저출산 대응정책·예산 중 혼인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예산은 제3차 기본계획 이후 사라졌다.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은 제3차 기본계획 수정을 계기로 확대됐으나, 예산 증가는 미미했다. 그간 저출산 대응에 투입된 총예산 중 일·가정 지원 예산은 4.4%에 불과하다.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은 정책 수는 많지만, 정책의 절반 가까이가 비예산 사업이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제2차 기본계획부터 늘기 시작해 제4차 기본계획 이행기에는 연평균 집행액이 16조2442억 원까지 불어났는데, 이는 혼인 지연·감소 완화에 효과를 못 봤다. 융자(대출) 지원의 선별성(소득기준)과 공급(청약)의 임의성으로 정책대상이 제한된 탓이다. 예산도 과도하게 부풀려졌다. 명목상 저출산 대응을 목적으로 한 주거 지원은 정책대상에 미혼 청년, 저소득층 등이 포함된다. 누구에게 얼마나 많은 융자와 주택이 지원됐는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온전히 저출산 대응정책·예산으로 보기 어렵다.

예산 활용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했던’ 출산 감소에 대응하는 데 집중됐다. 2018년 이후 양육·보육 지원 분야에는 연평균 15조 원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의 효과다. 35세 미만에 혼인한 35~39세 여성의 평균 출산 자녀는 2005년 1.50명에서 2010년 1.83명으로 회복됐으나, 2015년 1.84명으로 정체되고 2020년에는 1.75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예산 배분에 비효율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양육·보육 지원 분야 정책·예산은 규제, 경제적 지원, 정보 등 다양한 유형이 활용됐다. 또 보편적 정책, 선별적 정책이 고루 쓰였다. 가구·개인마다 저출산의 원인구조가 다르고 정책욕구가 다양한 점이 반영됐다. 하지만, 제4차 기본계획에 이르러선 정책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공급과 현급급여 지원으로 통폐합됐다. 그 결과로 예산은 늘었지만, 정책의 수는 제1차 기본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반적으로 과거 집행된 저출산 대응정책·예산은 저출산 원인구조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관성적 수립·편성과 획일화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각 사업과 성과지표가 과제·문제가 아닌 세부사업 중심으로 설계돼 정책 간 연계가 미흡하고, 성과관리도 부실했다.

이런 문제는 2023년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기본계획을 그대로 둔 채 추가·보완정책들을 마련·시행했는데, ‘사업 중심’ 예산 편성·평가 관행이 만연한 기획재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장악하면서 세부사업 중심의 정책설계는 더 심화했다. 또한, 여전히 혼인 지원이 미흡하고, 일·가정 양립 지원은 육아휴직급여 인상 등 규제 중심이다.

한편, 저고위는 제5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초안 마련에 착수했다. 과거 기본계획 초안 작성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도했으나, 제5차 기본계획 초안 작성은 저고위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5차 기본계획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된다.

※본 기사에서 제시된 저출산 대응정책 분석 결과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하는 학술지 '예산정책연구' 제14권 제2호에 학술논문(저출산 대응정책의 정합성 연구: 사회문제-정책도구를 중심으로)으로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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