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던 기성용은 중국 축구 구단으로부터 거액의 이적 제안을 받았지만, 이 한마디로 거절했다. 당시 중국 축구는 자본력을 앞세워 해외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었지만, 전술·경기력·리그 운영 수준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성용은 이 발언으로 중국의 이적 제안을 거절하며 자존심과 신념을 택했다.
중국에 대한 인식은 스포츠뿐 아니라 바이오산업에서도 비슷했다. 한동안 업계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다’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약 출시, 글로벌 기술수출, 매출은 물론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의 세계적 입지 확보까지. K바이오는 기술력과 실적으로 자신감을 키워왔다. 반면 중국은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 부족, 품질‧생산 관리 우려 등 기술력이 낮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이미지는 달라졌다. 중국 정부가 201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며 과감히 규제를 바꾸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그 결과 기술이전 계약, 임상 진행 건수, 논문 인용 수 등에서 중국이 글로벌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또 중국 바이오기업들은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차세대 기술에도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때는 ‘한국이 기술력에서 앞선다’라는 자부심이 강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빠른 임상 진행과 기술이전 성과, 차세대 기술 개발 속도를 보며 ‘추월당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쟁보다는 공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는 중국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시점이다. 국내 기술을 중국에 들여가 빠르게 사업화하거나 중국 내 임상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 바이오를 급성장할 수 있게 한 정부의 전략과 투자도 살펴보고 배워야 한다.
중국 바이오를 외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중국을 ‘간다’가 아니라 ‘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