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기존 사업 집중… 보수적 경영 기조 이어져

국내 주요 기업 절반 이상은 올해 하반기 경영 여건이 상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개선을 예상한 응답이 악화 전망의 두 배에 달하면서 회복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
2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하반기 기업경영여건 조사’(152개사 응답)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3%는 하반기 경영 여건이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30.2%,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6.5%로 나타나 기업들이 점진적인 회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상반기 미국의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철강 업계는 하반기 한미 관세 협상 진전을 통해 관세율이 조정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영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연간 10만 대 한도로 25%에서 10%로 낮추고, 철강·알루미늄에는 25% 관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실적이 악화했던 산업들도 점진적 회복을 조심스레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정부는 철강·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산업에 대한 감산과 구조조정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감산하면 수출 물량이 줄고, 이는 국내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의 실질적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감산이 회복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내후년까지 글로벌 증설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국내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 지원책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기업들은 올 하반기 ‘내수 부진 및 경기 침체 지속’(25.7%)을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꼽았다. 이어 △글로벌 수요 둔화 및 수출 부진(14.1%)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14.1%) △원자재 수급 및 가격 상승(14.1%) 등이 지목됐다.
현재 기업들이 체감하는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수출 감소(20.4%)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19.7%) △내수 부진(18.4%) 등이 꼽혔다. 한경협은 “수출 부진과 함께 내수 위축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면서, 기업들이 매출 감소와 재고 누적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하반기 경영 전략으로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28.0%)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밖에 △기존 주력사업 집중(19.1%) △해외시장 진출 강화(16.4%) △경영 리스크 관리(13.5%) 등의 전략이 제시됐다.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기업들은 △원자재 수급 여건 개선 등 공급망 안정화(20.1%) △수출기업 지원 및 통상 불확실성 해소(16.4%) △기업활동 규제 완화(14.5%)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중장기 과제로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 및 산업구조 고도화(24.7%) △글로벌 통상전략 강화(20.7%)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대응(12.5%) △지역균형 발전 및 인프라 투자(12.2%) 등의 응답이 많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은 내수 둔화와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신규 사업 전개보다는 기존 전략의 재점검과 효율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수적 경영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통상환경 대응, 규제 개선, 내수 활성화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