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국내 도시정비사업과 해외 민간공사 양쪽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계열사 물량 의존에서 벗어나 외부 수주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체질 개선’ 흐름이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1152번지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은 지하 4층~지상 15층, 14개 동 971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공사비는 약 4507억 원이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 총 6조1702억 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6조 클럽’ 고지에 올랐다. 상반기 한남4구역(1조5696억 원)을 비롯해 △송파 대림가락(4544억 원) △방화6구역(2416억 원) △한양3차(2595억 원) △신반포4차(1조310억 원) △장위8구역(1조1945억 원) △광나루현대 리모델링(2708억 원) △울산 B-04구역(6982억 원) 등 총 8개 사업지를 확보해 5조7195억 원을 올렸고 이번 신정동 수주로 하반기 첫 물량을 추가했다.
경쟁사인 현대건설은 수택동 재개발(1조9648억 원)을 포함해 현재까지 5조5357억 원을 수주했다. 한때 1위를 탈환했으나 삼성물산이 울산 B-04구역과 신정동 1152번지 재개발사업 수주로 다시 앞서며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해외시장에서도 삼성물산의 수주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상반기 해외 민간공사 수주액 25억8500만 달러(약 3조6000억 원)로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2억7200만 달러) 대비 약 850%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1분기 UAE 알 다프라 가스화력발전소(4억8139만 달러)를 수주했고 미국 테일러공장 공사비 증액, 4월에는 호주 나와레 BESS(1억4747만 달러), 루마니아 원전 설비 개선 공사 등을 따냈다. 전체 해외 수주 시장은 310억 달러로 11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국내외 실적 확대는 삼성물산이 내부 수주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체질 개선 노력의 결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은 오랫동안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등 하이테크 물량에 수익을 의존해왔다. 2022년 전체 수주(16조8000억 원) 중 10조9000억 원, 2023년에는 19조1000억 원 중 12조2000억 원이 삼성전자 관련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국내 공장 증설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반도체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내부 물량만으로 실적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공백을 도시정비사업과 해외 민간공사가 빠르게 메우는 구조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는 전체 수주 17조9000억 원 가운데 하이테크 수주가 8조2000억 원으로 비중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삼성물산은 하반기에도 수주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개포우성4차·7차, 여의도 대교, 문래4구역, 삼호가든5차 등 주요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해 선두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해외에서는 중동·아시아 등 주력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인프라 연계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항, 데이터센터 같은 기술 경쟁력 분야와 괌·호주 지역의 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적극 공략한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전통 에너지(석유·가스)와 청정 에너지 투자를 병행하고 UAE·카타르의 에너지 전환 사업, 사우디의 공항·고속철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보수적인 사업관리 원칙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양질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정비사업과 인프라 분야에서 적극적인 수주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