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 “충청·호남·영남 피해 심각…선거 일정 중단해야”
정 의원 “진행 중 경선 중단, 큰 혼란…앞당겨 빨리 끝내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름 앞두고 집중호우가 변수로 떠오르자, 당권 주자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전당대회 일정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박 의원이 “재난 상황에 일정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자, 정 의원은 “일정을 당기자”고 맞받으며 당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20일 예정된 충청·영남권 당 대표 경선 현장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온라인 연설회를 진행하고, 개표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며칠간 내린 기습적인 폭우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내린 결정이다. 이에 따라 내달 2일 열리는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진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수해)피해 규모가 안 나와서 (8월 2일 전당대회 일정이)연기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전당대회 일정을 놓고 고민이 이어지자 박 의원은 당 지도부에 일정 중단을 요청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폭우가 그치고 피해복구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때까지, 당 대표 선거 일정을 중단해 주실 것을 (지도부에)정중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박 의원은 “하늘이 뚫린 것처럼 쏟아붓는 폭우가 할퀴고 간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국민들께서 망연자실해 계시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거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충청, 호남, 영남의 대의원, 권리당원들께서 투표에 참여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당대표 선거를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 주장에 대해 정 의원은 예정된 호남권, 경기·인천, 서울·강원·제주 경선을 다음 주에 한번에 몰아서 진행, 경선을 마무리 짓고 수해복구에 나서야한다고 맞섰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자는 박 후보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한창 진행 중인 경선을 중단하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니 우리의 숙제를 일주일이라도 빨리 당겨서 끝내고 수해복구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며 “권리당원들의 권리행사(투표)를 제한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으니 권리당원께는 온라인투표를 하시게 하고, 대신 우리 두 후보는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둘이 손잡고 수해복구현장에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신속한 결론을 내주시기를 바란다”며 “당을 위해서도 원샷 경선으로 전당대회를 빨리 당겨서 끝내 주셨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두 의원이 당 대표 경선 일정 변경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낸 것은 현재 판세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선거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인 ‘당심’에서 앞선다는 판단에 빠른 경선을,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박 의원은 지지율 역전을 위해 일정 연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조사 완료 사례수 기준 461명, 표본오차 ±4.6%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운데 47%는 정 의원을, 34%는 박 의원을 당 대표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