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선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갤러리아가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Five Guys)’을 한국에 들여온 지 2년 만에 매물로 내놨다. 파이브가이즈를 한국에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큰 화제를 모았지만, 예상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아 선제적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제버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있는 상황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파이브가이즈의 한국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는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티저레터(간략한 투자안내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프지코리아는 한화갤러리아의 100% 자회사로 2023년 설립됐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매각 여부에 대해 “파이브가이즈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두고 글로벌 본사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방향성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파이브가이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2022년 2월 미국 본사를 찾아 직접 유치해 들여온 프리미엄 수제 버거 브랜드다. 인앤아웃, 쉐이크쉑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유명하다.
특히 김 사장이 한화갤러리아에 부임한 후 처음 추진한 신사업이란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이후 한국 운영권을 따낸 에프지코리아는 2023년 6월 강남에 1호점을 열었고 연일 오픈런이 계속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서울 5곳, 경기 2곳 등 모두 합쳐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프지코리아는 일본법인을 설립, 올 하반기까지 현지에 7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동안 부던히 공을 들였던 김 부사장이 파이브가이즈 매각에 나선 이유는 최근 수제버거 시장의 인기가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영향이 크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이 들여온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도 올해 초부터 소비자 외면을 받으면서 홍대점과 코엑스 스타필드점, 강남점 영업을 종료하고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

프리미엄 수제 버거는 호기심을 자극해 화제를 모으지만, 비싼 가격으로 재구매율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파이브가이즈의 기본 햄버거 가격 1만3400원으로 작은 사이즈의 감자튀김(6900원), 탄산음료(3900원)를 함께 주문하면 2만4200원으로 3만 원에 육박한다. 최근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두 명이 함께 먹을 경우 한 끼에 5만 원 가까이 지불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지금이 최대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매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수제버거는 한 번쯤 먹어볼 수는 있겠지만, 반복적으로 먹기에는 가격 부담이 커 대중적 성장에 한계가 크다”며 “파이브가이즈도 지금이 제 몸값을 받아서 넘길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가 국내 진출 2년 만에 매물로 나온 것은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현실을 보여준다”며 “고정비 부담과 함께 미국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높은 로열티 등 수수료 구조가 국내 수익성에 맞지 않아, 결국 매각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