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동만 아니었어도 못 잡았다"…안동 ‘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전말

입력 2025-07-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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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험지 절도 사건 반복

▲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학부모 B(40대)씨가 15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학부모 B(40대)씨가 15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안동의 한 여고에서 기말고사 시험지를 훔치려던 학부모와 전직 기간제 교사가 함께 적발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숙명여고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범행은 학교 보안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덜미를 잡혔다.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법학 박사는 “경북 안동의 한 여고에서 학부모와 전직 교사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훔치기 위해 학교에 몰래 들어갔다가 경보음으로 인해 적발됐다”고 전했다.

사건은 4일 새벽 1시 20분께 발생했다. 손 박사는 “당시 학교의 경비 시스템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렸다. 당직 교사가 CCTV를 확인했더니 여성 두 명이 교무실까지 들어갔다가 경보음에 놀라 도망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사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지문을 찍어서 정상적으로 들어온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학교 관계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확인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문을 추적한 결과 이 여성은 작년 2월까지 이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기간제 교사 A였다. 동행한 또 다른 여성은 3학년 재학생 C양의 어머니이자 학교 운영위원인 B 씨였다. C양은 “3년 내내 전교 1등을 도맡아 온 학생”이었다.

두 사람은 결국 경찰에 자백했다. 손 박사는 “도망치는 모습이 포착됐고 지문도 다 나왔기 때문에 부인해 봤자 소용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면 범행이 성공했을 수도 있었다. “정상적으로 지문을 인식하고 들어오면 경보가 울리지 않아야 맞는데 하필 그때 시스템 오류로 재부팅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안에 있던 사람들을 침입자로 인식해서 비상벨이 울렸다”고 손 박사는 설명했다.

A와 B는 단순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아니었다. 손 박사에 따르면 “A가 재직 중이던 시절, 딸 C양에게 개인 과외를 해주면서 가까워졌고 이후 C양이 해당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A가 1학년 담임을 맡았다”고 했다. “기간제 교사가 현직일 때 사적으로 과외를 했던 것 자체가 시작부터 불법이었다”고 지적했다.

더 큰 충격은 A의 출입 기록이었다. “작년 2월 퇴사 이후 7차례 새벽에 학교에 침입했는데, 전부 중간고사, 기말고사, 영어 듣기평가 직전이었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엄마는 자녀의 진학을 위해, 교사는 돈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경찰이 계좌를 확인한 결과 두 사람이 수백만 원씩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다만 “A 교사는 범행 대가로 돈 받은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범행을 도운 제3의 인물도 있었다. 학교 행정실장으로 불리는 남성은 “내가 들여보낸 거니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하며 상황을 덮으려 했다. 손 박사는 “시험지 보관 장소의 잠금장치를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있으며 CCTV 영상 삭제와 보존기간 수정도 시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행정실장의 동기는 불분명하다. “엄마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는 이유를 댔는데 경찰 수사에 따르면 금전 거래는 없었다. 대신 A 교사와 퇴사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며 “연인 관계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과거 숙명여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손 박사는 “성적 지상주의가 부른 파멸이었다. 시험 문제에서 오답을 정답으로 처리한 문제가 있었는데 쌍둥이 자매가 똑같은 오답을 골라 의심을 샀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2023년 말 두 자매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며 종결됐다.

손 박사는 “지금도 시험지 보관·보안 시스템이 허술한 학교가 있을 수 있다. 모두 점검해 이상이 있으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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