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지원으로 재무구조 개선, 시장 퇴출 위기 모면
공정위 "시장 경쟁 제한, 공정 거래질서 훼손한 행위"

CJ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계열사들을 부당 지원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16일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CJ 소속 계열사들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65억4100만 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전 CJ건설)이 28억40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됐고, CJ는 15억7700만 원, CGV 10억6200만 원, CJ 4DX(전 시뮬라인) 10억6200만 원이다.
CJ와 CGV는 TRS계약을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해 계열사인 CJ건설(현 CJ대한통운)과 시뮬라인(현 CJ 4DX)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TRS는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거래당사자가 주식이나 채권 등 기초자산에서 향후 발생할 현금흐름과 사전에 약정된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TRS는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이지만 계열사 간 서로 채무를 보증해주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이런 이유로 TRS 계약을 특정 계열사를 지원할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
CJ건설은 2010년부터 5년 연속, 시뮬라인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도달하는 등 이 사건 지원행위가 개시된 2015년 당시 심각한 재무적 위기 상황에 빠져 신용등급 하락, 차입금리 상승 등 압박에 직면해 있었다.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으나 당시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할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다. 이에 지원 주체인 CJ·CGV는 금융회사가 CJ건설·시뮬라인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전제조건으로 같은 날 TRS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영구전환사채 인수계약과 TRS 계약이 일괄거래 방식으로 체결됐다.
금융회사는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지원객체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함에 따른 위험을 TRS 계약을 통해 지원 주체에게 이전했으므로 TRS 계약이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TRS 계약 외형상으로는 지원 주체가 지원객체 발행 영구전환사채의 미래 가치상승에 따른 이익 실현 가능성도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영구전환사채 계약 조건상 TRS 계약 기간 전환권 행사가 봉쇄돼 있었고 지원 주체의 이익 실현 의사나 가능성도 전혀 없었어 지원 주체는 TRS 계약을 통해 지원객체 발행 영구전환사채의 신용상 위험만을 인수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에 당시 CJ 이사회에선 이 사건 TRS 계약이 '실적이 안 좋은 계열회사에 대한 보증으로서 배임'이라는 지적, '지원객체 부도 또는 상환 불능에 따른 손실' 문제 등이 제기돼 한 차례 안건이 부결되기도 했다.
지원객체는 지원 주체의 TRS 계약을 통해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하며 CJ건설에 500억 원, 시뮬라인에 150억 원 상당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또한 발행금리도 지원 주체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결정돼 자금조달 비용도 최소 31억5600만 원(CJ건설), 21억2500만 원(시뮬라인) 절감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 사건 지원행위 결과 CJ건설과 시뮬라인은 경쟁사업자보다 상당히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하게 돼 각각 종합건설업 시장과 4D 영화관 장비 공급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봤다.
CJ건설은 인위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모면함으로써 외부 수주기회가 확대돼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지속해서 상승해 독립 중소기업의 경쟁기회가 실질적으로 제한됐다. 시뮬라인도 인위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돼 시장 퇴출위기를 모면하고 잠재적 경쟁사업자가 배제돼 관련 시장에서 유일·유력한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룹 내 우량한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계열사를 지원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하고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계열회사에 대한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파생상품을 통한 투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은폐한 행위를 제재한 사례로 형식적으로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이라도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