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다 오천피(코스피 5000)까지 가는 거 아니야?”
요즘 증권가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만 33% 상승했다. 지난 14일에는 3년 10개월 만에 3200선을 돌파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였던 2021년 7월 6일(3305.21)과의 격차가 3%에 불과하다. 숫자만 보면 ‘오천피’는 더 이상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된다면 향후 2년 내 코스피가 5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서 의결됐다. 앞서 9일에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불공정 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정책이 나올 때마다 주가는 신속히 반응했다. 증시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저PBR (주가순자산비율)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주는 정책 수혜 기대감에 급등했다. 방산ㆍ조선 대표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올해 98% 급증했다. 4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금융)도 51%나 늘었다.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9조4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피의 단기 급등으로 고점 부담이 커지면서 기술적 조정에 대비한 공매도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 헤지 수요에 따른 결과일 뿐 증시는 여전히 ‘정책 기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외국인 자금은 증시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발언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기조는 변수로 남아 있다. 정책 기대가 현재의 랠리를 지탱하고 있는 만큼 정책이 흔들릴 경우 기대는 실망 매물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
시장의 랠리가 실제 오천피로 이어지려면 ‘정부 정책은 계속된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한다.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면 이를 지탱할 유일한 동력은 확신이다. 자본시장 개혁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멈추지 않고 축적되는 ‘정책 신뢰’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