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관세 협상, 나무 말고 숲을 봐야 한다. 오히려 미국이 졸고(쫄고) 있다.”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협상과 관련해 “우리만 불안해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른바 ‘트럼프 레터’의 본질은 ‘공포의 편지’가 아닌, 자국 충격을 피하려는 ‘미국의 불안’에서 비롯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먼저 편지 발송 방식에 주목했다. “4월 2일에는 185개국에 한꺼번에 보냈는데 이번에는 7일, 9일, 12일, 13일 이렇게 나눠 보냈다”며 “그 이유는 분명하다. 4월 9일 첫 발효 발표 때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와 달러가 동반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국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는 교역량이 적은 나라부터 보낸 것”이라며 “미국이 진짜 쫄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율 분포도 단서다. 김 교수는 “4월 2일에는 관세 유형이 19개였지만 이번엔 10개로 줄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25%, EU는 30%, 캐나다는 35%로 주요국을 딱 3개의 유형으로 압축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시스템을 단순화했다는 건 실제로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단 뜻”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만큼 미국이 행정 부담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고 풀이했다.
관세 문제를 넘어서자 이번 협상에서 농축산물, 디지털 규제 완화, 전작권 문제까지 거론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은 제조업으로 무역적자를 개선하려 했지만 그게 잘 안 되자 자신들이 잘하는 농산물, 에너지, 무기, 서비스업을 더 많이 팔아 수출로 무역수지 개선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트럼프라면 차라리 ‘우리 거 사가’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실제 미국이 바라는 건 비관세 장벽 완화와 규제 해제”라고 내다봤다.
특히 “30개월 이하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는 조건을 풀고 쌀, 과일 검역까지 완화하라고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2008년 촛불 집회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은 협상 카드로 쉽게 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협상 전략으로 ‘배짱’을 제안했다. “우리가 너무 쫄 필요 없다. 미국이 한국·일본에 고율 관세를 그대로 매기면 오히려 미국 내 물가 상승과 자국 기업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미 미국산 소고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 가는 나라이고, 미국 무기 구매 시 ‘절충 무역’을 통해 기술 이전과 상호 수출도 요구해 왔던 나라다. 그런 한국을 콕 집어 ‘절충 무역은 규제다’라고 말하는 건 압박 그 이상”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어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반대급부를 확인받고, 확약 없이 먼저 주는 식의 협상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안된 ‘전작권 환수’를 관세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전작권 환수와 주한미군 철수는 별개 문제”라며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를 패키지 딜로 묶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정부 출범 얼마 안 됐고 품목별 관세, 규제 완화, 농수산물 수입 등만 해도 이미 협상 과제가 산더미”라며 “경제 내부 문제는 패키지로 다룰 수 있어도, 안보 문제는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예전에는 안보는 미국이 제공해주고 우리는 미국 시장 접근이 보장된다는 가정 아래 경제 발전을 해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 상수가 변수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관계는 이제 대등한 관계로 전환돼야 하고 우리가 줄 게 있는 나라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무작정 요구를 수용하기보단, 품목별 관세 인하나 상호주의적 조치를 명확히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