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타는 듯한 현장엔 그늘 마련해야

입력 2025-07-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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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변호사

지구가 끓고 있다. 아직 삼복 더위도 오기 전인데 연일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며 말 그대로 지면 자체가 끓어오르는 듯하다. 최근 몇 년 들어 여름이 다가올 때마다 올여름은 또 어떻게 날지 걱정부터 앞선다. 한낮에는 바깥에 잠시 서 있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다.

이처럼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든 더위에 더욱 취약한 곳이 있다. 바로 산업현장이다. 그중에서도 건설현장은 제조현장이나 서비스현장과 또 다르게 한 줄기 바람 없이 태양이 작열하는 옥외에서 작업이 이어진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어 발생하는 열사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면서 시상 하부에 위치한 인체의 체온 유지 중추가 기능을 잃어 열을 몸 밖으로 발산하지 못하면서 신체의 다양한 장기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고령인 경우에는 더욱 취약하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열사병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A시공사로부터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 받은 B회사 소속 근로자가 최고기온이 33.5도에 이르고 폭염경보 기상특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건축물 최상층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최근 대전지방법원은 이 사건에서 A회사의 현장소장과 경영책임자에게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휴식과 그늘진 장소, 식수 비치 의무화

법원은 A회사의 현장소장이 재해자에게 휴식과 이를 위한 그늘진 장소 등을 제공하여야 할 산업안전보건법령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봤다. 또한 A회사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령상으로 옥외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절차를 마련할 의무와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발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열사병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는 사망 사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는 직업성 질병의 하나로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체온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을 정하고 있어 1년에 3명 이상의 종사자가 열사병에 걸릴 경우에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때 ‘3명’의 산정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는 여러 건설현장에서 열사병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전체 현장을 합산하여 중대산업재해 해당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중대산업재해감독과-2544, 2022. 7. 1.).

그렇다면 열사병 예방을 위하여 법령에서는 어떤 조치의무를 정하고 있을까. 사업주가 취하여야 할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업주로 하여금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하여야 하고(제567조제2항), △작업 중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장소에 소금과 깨끗한 음료수 등을 갖추어 두도록 정하고 있다(제571조).

 2025년 7월 17일부터 △ 냉방 또는 통풍 등을 위한 적절한 온도ㆍ습도 조절장치의 설치ㆍ가동과 △ 작업 시간대의 조정, △ 적절한 휴식시간의 부여, △ 폭염특보의 기준이 되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장소에서 작업 시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 부여(제560조) 등의 의무가 신설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그중에서도 수급인의 근로자를 포함해 20명 이상(청소 관련 종사자 등 일부 직종이 2명 이상 포함된 경우 10명 이상 20명 미만도 해당)의 상시근로자를 사용하거나 총공사금액(수급인의 공사금액 포함)이 20억 원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에는 그 휴게시설이 적정 온도(섭씨 18 ~ 28도)를 비롯한 일정한 크기, 위치, 습도, 조명, 환기 및 식수, 비품 등의 기준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제128조의2).

옥외작업 시 열사병 관리 소홀하면 처벌

위와 같은 규정은 법령에서 정한 사항으로 위반 시 제재가 따른다. 특히 경영책임자로서는 중대재해처벌법령에 따라 위험성평가 등 절차를 통하여 폭염에 노출되는 옥외 작업 시에 열사병의 유해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본 산업안전보건법령상의 의무가 지켜지는지 반기마다 점검해야 할 의무도 있다. 경영책임자가 이를 지키지 않아 열사병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앞의 A회사 사례처럼 처벌될 수 있다.

새 정부에 들어 ‘막을 수 있었던 중대재해는 엄벌한다’는 정부 방침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열사병은 소정의 조치로 예방 가능한 중대산업재해이다. 타는 듯한 현장에 마련된 그늘 한 마당이 근로자와 경영책임자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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