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 혁신ㆍ인재 양성 등 병행해야
투자 확대로 K콘텐츠 발전 필요”

최근 한국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케데헌)’가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콘텐츠 속 음원들도 국내외 유력 사이트에서 순위권을 차지하며 디즈니 '겨울왕국' 이후 가히 신드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김세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K콘텐츠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14일 서울 강서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케데헌 돌풍은 한국적인 정서와 세계적 트렌드의 절묘한 조합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당과 한복, 민화와 같은 전통소재가 K팝, 슈퍼 히어로 등과 만나 신선함을 준다"며 "앞서 ‘이날치 밴드’가 국악, 전통의상 등 한국적 소재의 재해석을 통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K콘텐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야기(Storytelling)’와 ‘경험(Ritual)’을 꼽았다. 특히 문화를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설렘과 떨림,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한때 J. K. 롤링(Joanne Kathleen Rowling)의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 다음 편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여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며 "이 역시도 설레는 경험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이런 점에 주목해 중장기적으로 K콘텐츠의 정책을 연구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원장은 조직문화 쇄신, 외부 영향력 확대 등의 변화를 주도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사무실에 전시하고 드레스 코드를 정한 워크숍, 성악가 초청 행사 등으로 일과 놀이의 경계를 허무는 데 주력했다"며 "문화와 관광을 연구하는 조직인 만큼 ‘설렘, 떨림, 울림’이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 등 각국의 문화매력지수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평가ㆍ보완할 수 있도록 '문화 영향력 지수'도 개발했다. 김 원장은 "한국의 문화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지표 마련의 필요성에 따라 문화연구본부를 중심으로 '국제문화지수'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영화와 음식, 음악 등 모든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되고 있지만, 이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 이처럼 훌륭한 K콘텐츠를 중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김 원장은 “한복, 한식 등 전통문화의 ‘본질’을 잊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퓨전과 변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겹살 쌈, 막걸리와 파전 등 한국만의 식문화 리추얼, 젓가락 문화 등도 함께 수출해야 진정한 매력으로 통한다”며 “스토리텔링과 의례, 체험이 결합한 콘텐츠가 마련돼 있어야 세계 시장에서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K콘텐츠가 단발성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한 조건으로 △산업구조 혁신 △문화다양성 확대 △기술 융합·유통 혁신 △정책·인재 양성 등 네 가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 위주 수익구조에서 창작자·제작자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IP) 소유권 강화, 중소기업 투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또 장르·소재 확장, 글로벌 가치 접목으로 K콘텐츠를 ‘K 글로벌 콘텐츠’로 발전도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과 연구가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 국회의원,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진지한 관심과 가치관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문화·관광·콘텐츠가 부수적이 아니라 21세기 핵심 동력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보여주기식 건설·행사보다 비가시적 가치에 대한 투자와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K콘텐츠 붐에 편승을 시도하는 소비재 시장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김 원장은 "내수 한계와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문화·콘텐츠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역·글로벌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기업 스스로도 콘텐츠에만 단편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체 경쟁력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