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EU와 CEPA 추진 정치적 합의 발표
브라질·인도, 교역액 200억 달러로 확대 계획
말련 총리 “우리끼리 무역하고 더 투자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요 무역 국가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예고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미국 수출에 의존해왔던 아시아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이들 국가는 내달 1일 시한인 상호관세를 피하고자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대미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유럽연합(EU)과 ‘포괄적 경제연계협정(CEPA)’을 맺는 데 정치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CEPA 협정은 무역뿐만 아니라 투자, 인적 교류 등에 이르는 포괄적 규범을 포함하고 있다. 협정이 발효되면 양측 간 교역에 부과되는 관세가 대폭 인하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CEPA 발효 1~2년 이내에 EU 수출 대상 품목의 80%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정치적 합의는 무역 다변화를 위한 큰 진전”이라며 “좋은 시기에 합의할 수 있었고 이번 합의로 새로운 시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 자동차, 서비스업 등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이 협정을 통해 수혜를 볼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와 브라질은 양국 간 무역을 70% 늘려 200억 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베트남도 다른 무역 협정을 활용해 자국의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강조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외부의 압력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끼리 무역을 해야 한다. 서로에게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 경제권이 이처럼 대미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협상이 녹록지 않은 영향이 크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관세 인상을 피하고자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왔지만 대개 실패로 돌아갔다. 멕시코는 미국의 요구에 맞춰 국경 보안 조치를 강화했고 캐나다도 강경 대응에서 한발 물러나 디지털서비스세(DST) 부과를 중단했다. EU는 무역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보복 계획을 중단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율의 관세 서한이었다.
여기에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내달 1일부터 관세가 반드시 부과될 것”이라고 재차 못 박으면서 합의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더 멀어졌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부사장은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느끼면서 타국과의 협력에 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