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쌀·쇠고기 등 민감한 농산물 품목들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실용적 접근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관세 발효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부는 관계부처 및 국회와 협의를 거쳐 ‘랜딩존’ 도출을 위한 패키지 딜 형태의 전략적 대응안을 준비,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부터 본게임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 일 남은 시점은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며 “실용주의적 국익 극대화에 방점을 두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한국산 모든 수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열린 이날 백브리핑에서는 관세 철폐·완화와 제조업 협력, 비관세 장벽,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등 핵심 사안 등에 대해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먼저 그는 민감 품목으로 분류되는 농산물 문제에 대해서도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여 본부장은 “농산물은 어떤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해도 고통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다”며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되, 전체 협상 구조 속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비관세 장벽 이슈와 관련해선 “미국의 무역장벽 보고서에 매년 지적되는 항목들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는 제도 선진화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지만, 일부는 수용이 어려운 민감한 사안도 있다”며 “관계 부처 및 국회와 협의를 거쳐 가용한 카드들을 정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상호관세 25%, 철강 50%, 자동차 25%라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철폐 또는 대폭 인하를 목표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여 본부장은 “한미 제조 르네상스 파트너십은 제로섬을 파지티브섬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제안”이라며 “한미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 구조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은 유럽연합(EU)과 멕시코, 일본 등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 중으로, 관세율 변동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상황”이라며 “이번 협상은 단순한 양자 문제를 넘어 글로벌 통상 구조 개편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에는 “경제성과 국가적 필요성이 있는 사업이지만, 아직 미국 측이 제시한 상업성 자료가 부족하다”며 “법적 구속력을 가진 약속을 하기엔 어렵다는 점을 미국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남은 20일간 관계 부처 및 국회와 협의를 거쳐 실질적 협상안을 도출한 뒤, ‘랜딩존’을 염두에 둔 실무·고위급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여 본부장은 “최상의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대비해야 할 엄중한 상황”이라며 “시간에 쫓겨 실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추진 여부에 대해선 “외교부와 조율 중이며, 통상 현안은 장관급 선에서 가능한 범위를 줄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여 본부장은 “패키지딜 형식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의 투자, 구매, 규제 개선 등과 맞물린 균형 있는 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