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13%, 소득대체율을 내년부터 43%로 인상하는 3월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한계가 뚜렷하다.
재정적 측면에선 보건복지부 재정추계를 기준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p) 높인다는 가장 낙관적인 가정에서도 적립금이 2071년 소진된다. 적립금 소진 전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급여액 조정이 없다면 올해 출생아는 만 54세가 되는 2079년에 소득의 39.2%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자동조정장치 없이 보험료율만 13%로 높인 모수개혁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이유다.
노후소득 보장효과도 미미하다. 본지가 김학주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및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연금제도 개혁이 노인빈곤 완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p 올려도 노인빈곤율 개선효과는 0.71%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5분위 배율) 개선효과는 없었다. 10%p 인상해도 노인빈곤율 완화효과는 1.96%p, 5분위 배율 개선효과는 0.15배에 그쳤다. 사각지대(49.7%)가 광범위하고, 국민연금 수급자인 노인빈곤층 대다수가 짧은 가입기간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급여액 증가가 미미해서다.
따라서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 등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국민연금 소득보장론은 필요성과 타당성이 떨어진다.
반면, 처분가능소득 중윗값 이하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20% 인상은 노인빈곤율 개선효과가 2.25%p였다. 기존 노인빈곤층 중 기초연금 인상 혜택을 못 받는 사각지대는 14.6%에 불과했다. 기초연금은 수급범위 조정 시 추가 비용 없이 급여액 인상이 가능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월 발표한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김도헌·이승희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을 기준중위소득에 연동 시 기준연금액을 최고 44만7000원까지 인상할 수 있다.
모든 노인이 국민연금 노령연금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채운다는 가정에서는 노인빈곤율 개선효과가 3.41%p로 더 커졌다. 5분위 배율 개선효과는 0.39배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10%p 인상 시나리오의 2배를 웃돌았다. 국민연금 수급률이 낮아 혜택에서 배제되는 비율도 43.8%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시나리오보다 낮았다. 다만, 사각지대 해소 시나리오는 비용이 크다. 이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 도달 시 10년에 미달하는 기간의 보험료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실현 가능한데, 그 부담이 미래세대에 전가되며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기여·급여 수지불균형 지속 시 추가로 미적립부채가 적립되는 문제가 있다.
가장 큰 효과를 보인 건 실물자산 소득화 시나리오다. 담보대출액을 차감한 부동산자산을 25년간 소득으로 전환한다는 전제로 노인빈곤율은 14.5%p, 5분위 배율은 3.53배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실물자산 소득화는 개인이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으로,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는다. 다만, 노인빈곤층의 부동산자산 보유율이 낮아 사각지대가 60.8%에 달했다.
각 시나리오가 재정·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구조개혁 방향은 단기적으로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높이되 급여 감소를 선별적인 기초연금 인상으로 보전하고, 장기적으로 퇴직·주택·개인연금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는 정부가 재정으로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방식보다는 노동개혁과 인센티브 등을 활용해 개인이 스스로 가입하도록 지원·유도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다만, 미적립부채 증가를 고려해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사에 인용된 통계 분석 결과는 한국연금학회의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연금연구’ 제15권 1호에 학술논문(연금제도 개혁이 노인빈곤 완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으로 게재됐습니다. 분석 방법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