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메타·구글 등 테크기업 감원 릴레이
기업 CEO들 ‘노동 없는 경제’ 전망하기도

“AI는 더 이상 당신을 돕는 도구가 아니다. 당신을 대체할 준비를 마쳤다.”
실리콘밸리에서 돌고 있는 이 말이 더는 과장이 아니다. 2022년 기술업계 고용이 정점을 찍은 이후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메타 등 빅테크마저 대규모 감원과 복지 축소에 나서면서 특히 화이트칼라들이 AI 전환기의 가장 직접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극단적 인력 재편은 고용시장 전반에 긴장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 본지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AI가 거대한 양극화와 불안의 그늘을 드리우는 현실을 조명해본다.
한때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전망은 막연한 미래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AI가 일상은 물론 업무 현장 깊숙이 침투하면서 그 예측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화이트칼라(사무직) 직군을 중심으로 변화의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NN 간판 앵커인 파리드 자카리아와의 전날 인터뷰에서 ‘AI가 대규모 고용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에서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동의했다.
고용 데이터 제공업체 라이브데이터테크놀로지는 미국 상장기업들이 2021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최근 3년여 동안 사무직 인력을 총 3.5% 줄였다고 집계했다. 그 배경에는 AI의 급속한 발전이 있다.
‘AI 붐의 진앙지’ 실리콘밸리에서는 책상 일자리 감소가 더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테크기업들의 수익성은 여전히 강하지만 고비용 AI 인프라에 자원을 쏟으면서 현금 흐름 압박이 커진 데다가 실제 AI로 인력 대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일 전 세계 인력의 약 4% 수준인 약 9000명을 구조조정 한다고 밝혔다. MS는 5월에도 6000여 명을 해고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2월 성과를 기반으로 전체 인력의 5%인 3600명을 감원했다. 구글은 4월 일부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수백 명을 감원했는데 지난달부터는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AI의 인력 대체 효과에 대해 기업 리더들이 부인하거나 답변을 회피했지만 이젠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지난달 “생성형 AI와 AI 기반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는 업무처리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향후 몇 년 안에 전체 사무직 인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해 반향을 일으켰다.
오픈AI 경쟁사인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5월 “AI가 향후 5년간 모든 신입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급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업체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AI가 말 그대로 미국 사무직 노동자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면서 “많은 사무직이 뒤처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 나아가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AI로 단지 몇몇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디언은 “모든 인간 노동을 AI로 대체한다는 건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점점 더 많은 기술 엘리트들이 명확히 표방하고 있는 목표”라면서 “이들은 자금도, 추진력도 부족하지 않다. 지금은 단지 문 닫은 자리에서만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테크 엘리트들의 발언을 보더라도 이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2월 NBC 토크쇼에서 “AI가 앞으로 10년 안에 의사·교사 등 대부분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며 “뛰어난 의사와 교사는 앞으로는 AI 덕분에 무료처럼 흔해질 것이다. 대부분 일에 인간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테크 콘퍼런스 ‘비바테크’에서 “아마도 우리 중 아무도 일자리를 가지지 않게 될 것”이라며 “취미처럼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할 수는 있다. 그렇지 않다면 AI와 로봇이 당신이 원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