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에선 성찰보다도 구체적인 정책 제시 요구

국민의힘이 새로 출범한 윤희숙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당 쇄신과 변화를 기대하며 출범한 혁신위가 성과와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 갈등 역시 심화하는 양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10일 출범 직후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1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어 11일에는 최고위원회 체제를 폐지하고 당대표 단일 지도체제로 전환하는 2호 혁신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혁신안에 대해 당내에서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당헌·당규에 사죄 표현을 명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단일지도체제 전환 역시 당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본질을 지키는 개혁과 단결이 필요하다"며 "민주성과 야성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혁신위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내놓은 혁신안이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반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혁신위의 단일지도체제 도입안에 대해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바른길이 있는데 왜 역주행을 하려 하나"라고 반문하며 혁신위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 의원은 당내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으나,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유지했다면 당내 변화가 더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향후 안 의원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안철수가 친윤 인사 정리 등 인적 쇄신을 통해 당의 중도·수도권·청년 지지층을 확대할 기회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영남 당원들은 의원 교체에 대한 두려움이, 수도권 의원들은 보수 재건의 기회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숙 위원장은 당내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시작했으나, 실질적 변화보다는 과거 성찰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 내에서는 "혁신위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기존 틀 안에서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지지율이 20%대 이하로 하락한 상황인만큼 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오히려 당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욱 무기력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