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연 18일 총파업 예고⋯17일까지 사측 제시안 요구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1일 3시간 부분파업에 나선다. 임금·단체협상 교섭이 난항을 겪으면서 조선업계 전반에 ‘하투(夏鬪)’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3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한다. 이는 올해 첫 쟁의행위로, 노조는 앞서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64%의 찬성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행위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파업 절차에 돌입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5월 상견례 이후 10여 차례 넘는 교섭을 이어왔으나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9일 열린 12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12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과 격려금 500만 원, 실적에 따른 경영성과급 지급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이 조합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예정대로 부분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도 현장 조합원에 대한 보상과 예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권오갑 회장은 퇴진하고,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책임 있는 리더로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사측은 파업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 간 교섭이 진행 중임에도 파업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있고, 원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노조가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잡은 만큼 조선업계 전반으로 쟁의행위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조선소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회의(조선노연)은 사측이 17일까지 노조 요구에 부합하는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18일 1차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해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 한화오션, 케이조선 등 5개 사업장 노조도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 조선업계 하투가 예년과 달리 이르게 본격화한 데는 수주 피크아웃(정점 통과)과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5% 감소했다. 업황이 꺾이기 전 초호황기에 거둔 성과를 배분해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쟁의행위가 장기화될 경우 선박 인도 지연은 물론 향후 수주 활동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