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이면 물놀이를 즐기며 휴가를 보내는 피서객들이 적지 않다. 더위를 식히려 계곡, 바다, 수영장 등을 찾는다면 귀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놀이 중 예상치 못한 세균 및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귀는 구조적으로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된다. 이중 외이도는 귓바퀴와 고막까지 이어지는 관 모양의 구조를 말하는데 길이 3㎝ 정도의 좁은 통로다. 외이도는 귀의 털과 귀지를 통해 이물질 유입을 막아주는 1차 관문으로 세균, 곰팡이, 외부 자극에 의한 각종 질환 발생이 쉬운 곳이다. 대표적인 외이도 질환으로는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감염돼 염증이 발생하는 외이도염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외이도염의 주요 원인으로는 잦은 수영, 습하고 더운 기후, 외이도의 외상 또는 이물, 보청기 또는 이어폰의 이용 등이 꼽힌다. 이뿐만 아니라 몸의 상태에 따라 습진, 지루성 피부염, 건선 등의 피부 질환과 당뇨병, 면역저하 상태 등도 외이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땀이 많은 체질이라면 외이도염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외이도염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더운 기후와 높은 습도가 중요한 선행 요인이다. 이 때문에 아열대 기후에서 많이 생기고, 온대 지역에서는 여름철에 흔하며, 특히 수영 후에 잘 생기기는 특징에 따라 외이도염을 ‘수영인의 귀(swimmer' s ear)’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외이도염(질병코드 H60) 총 진료 환자 수는 240만228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21%는 7월과 8월에 몰려 있다. 월별로 살펴보면, 8월이 약 11%(26만3452명)로 진료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아울러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10년간의 통계에서 8월은 지속적으로 연중 외이도염 환자 발생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평소와 달리 잦은 물놀이와 수상 레저 활동으로 인해 귀에 물이 들어가면, 외이도가 습해지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해 염증을 유발한다. 외이도염의 주 원인균은 녹농균과 포도상구균이다. 포도상구균은 정상적으로도 피부에 존재할 수 있는 균이지만, 방어기전이 손상되면 피부로 침투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드물게 급성 염증의 10% 이하에서 진균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이도염 환자들은 귀가 간지럽고 약간의 통증만 느낄 뿐,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 않아 초기 증상을 무심코 넘기기 쉽다. 하지만 염증을 내버려 두면 점차 심한 통증과 함께 수면장애나 식사 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고름이 나오거나 청력이 떨어질 위험도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물놀이 후에는 귀에 이물감이 없더라도 외이도를 지속해서 살펴보고 귓속 물기를 철저히 제거하는 등의 청결 유지가 중요하다. 면봉, 귀이개, 손가락 등을 이용한 자극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보다는 제자리 뛰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드라이기를 이용해 귓속을 건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상훈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외이도염은 귀를 깨끗하게 소독한 후, 진통제 및 원인균에 맞는 항생제를 통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라며 “만약 물놀이 후에 외이도염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방치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에 방문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