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럼프 ‘50% 관세’ 맞은 브라질 룰라…‘브릭스’ 등에 업고 맞대응

트럼프, 보우소나루 기소 비판 등 내정간섭
룰라 “경제 상호주의 입각해 상응 조치 취할 것”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브라질-카리브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에 ‘50% 관세’를 통보했다. 브라질 정치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는 등 내정간섭하는 모습도 보였다. 브라질도 물러서지 않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BRICS)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맞대응 의지를 밝혔다.

9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을 포함한 8개국에 새 상호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 무엇보다 ‘브라질 상호관세 50%’에 이목이 쏠렸다. 4월 2일 처음 상호관세를 발표했을 당시 브라질에는 10% 기본관세만 적용했는데 이를 무려 40%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통보와 함께 브라질 내정까지 거론했다. 그는 “전임 브라질 대통령(자이르 보우소나루)이 기소된 것은 국제적인 불명예”라고 서한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22년 룰라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룰라 대통령 암살 시도와 군부 쿠데타 모의 등 혐의로 기소돼 9월 판결을 앞두고 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렸을 만큼 극우 색채가 강한 정치인이다. 관세를 무기로 보우소나루 구명에 나선 셈이다.

룰라 대통령은 “일방적인 관세 인상에 대해 브라질의 ‘경제상호주의(Economic Reciprocity)’를 고려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브라질은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는 독립 기관을 갖춘 주권 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몇 년 사이 브라질산 대두와 설탕, 철광석 등이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적했다. 실제로 관세가 발효되면 작년 74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한 브라질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앞세워 교역 상대국의 내정까지 간섭하면서 진영 논리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브라질은 미국에 맞서기 위해 브릭스 내 다른 회원국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나섰다.

7일 폐막한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와 교역을 3배 늘리기로 했다.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브라질 교통부는 전날 “중국 철도경제계획연구소 측과 브라질ㆍ페루 철도망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언급한 50% 구리 관세와 관련해 이날 “내달 1일 관세가 발효될 것”이라고 시행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브라질은 연간 약 30만t(톤)을 생산하는 세계 14위 구리 생산국이다. 지난해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의 구리 생산량은 790만 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36%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