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 근무시간 단축ㆍ장비 제공ㆍ휴게시설 내 냉방
갖은 노력에도 폭염 리스크 여전⋯마트노조 '제보센터' 운영
폭염 중 휴식시간 의무화 제도화 '지지부진'⋯"쉴 여유 필요"

경기도 파주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서고 서울 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37.7도까지 오르는 등 7월 상순 기온이 역대 최고치에 도달하면서 온열질환 사상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 시기 유통기업들은 야외 작업자들을 위한 폭염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매년 발생하는 사고를 원천차단하기란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물류업계 최초로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CLS는 분류작업, 프레시백 세척 등 업무가 일정 공간에서 밀집해 이뤄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해 작업구역에 ‘냉기 유출 방지 커튼’과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해 차폐식 냉방 작업 구역을 형성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부터 야외 근로자에게 아이스크림과 얼음물을 상시 제공하고 외부 근무자에게는 양산과 선글라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휴식시간 사이에 정해진 근무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실외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한편 폭염에 대비해 식수와 아이스조끼 등을 지급했다. 이와 함께 휴게시설 내 냉방을 상시 가동해 직원들의 온열질환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주차요원, 이커머스 물류센터 작업자, 배송기사들은 여전히 폭염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2023년 코스트코에서 30대 남성이 카트관리 업무 중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8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에서도 카트 정리를하던 60대 남성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마트노동조합(마트노조)은 대형유통매장 근무자들의 폭염재해 위험 상황에 대한 '제보센터'를 운영하고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배준경 마트노조 조직국장은 "대구의 한 외국계 대형마트의 경우 휴게공간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아 현장점검에 나선 노동부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며 "권고안 실행 여부는 이번주 중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직원들 더위를 피하도록 현장 배치된 대형 산업용 냉풍기를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임원 지시로 더운 공기가 나오는 서큘레이터로 대체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통기 관계자들은 현 상황을 범국가적으로 시스템을 보완ㆍ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이상기후' 속 역대급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는 현실에서 상당수 규정들이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데다 현실적으로 도입돼 있는지 여부 또한 별개의 문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마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몸집을 키우면서 물류센터에서의 온열질환 사고가 확산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폭염 시 작업 중 휴식시간 의무화를 실질적인 대책으로 꼽고 있다. 이 법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장에서 2시간 작업 시 20분 이상의 휴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폭염 시 작업 중 휴식 시간이 의무화될 예정이었으나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시행이 보류됐다.
배 국장은 "작업장 내에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극한의 더위 속 잠시라도 숨돌릴 틈이라도 것이 폭염질환 사망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