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은 국내 복숭아 육종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품종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복숭아 개발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본격 도입한다고 9일 밝혔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복숭아 품종 수는 202점으로 사과(97점), 배(58점)보다 2.1배, 3.5배 많다. 그만큼 다양한 품종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복숭아 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나무 1만여 그루를 심고 돌보는 노력과 자원, 15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디지털 육종은 사람이 직접 길러보고 관찰하며 선발하는 전통 육종과 달리 생명공학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정보(데이터) 기반 육종 방법이다. 연구진은 디지털 육종을 도입하기 위해 2021년~2023년까지 자체 보존 중인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94만4670개의 유전 정보를 확보했다. 이 유전 정보에 과일 특성 평가 정보를 더해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을 대표하는 복숭아 핵심집단 150점을 선발했다. 핵심집단은 그 자체가 고품질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유용한 소재로 학술적, 실용적 가치가 크다.
또 유전체 해독 과정에서 열매 모양을 구분하는 표지와 털 유무를 구분하는 표지 총 2개의 분자 표지를 개발했다. 복숭아 모양은 ‘원형’과 납작한 도넛 형태의 ‘반도형’이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는 반도형이 이색 과일이자, 한입에 베어 먹을 수 있는 간편 소비형 과일로 인식되며 수요가 늘고 있다. 복숭아는 껍질 털 유무에 따라 털이 있는 것은 ‘복숭아’, 털이 없는 것은 ‘천도’로 불린다. 먹기 불편하거나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이를 위해 최근 털 없는 천도 수요가 늘고 있다.
분자 표지는 식물의 유전적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표식이다. 이를 육종에 활용하면 어린나무일 때 잎에서 유전형 정보를 분석해 모양이 동그랄지 납작할지, 털이 있을지 없을지 일찌감치 판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나무 1000그루를 심고 3∼4년 뒤 열매가 달리고 나서야 납작한 개체를 고를 수 있었다면, 개발한 분자 표지를 적용하면 납작 복숭아가 나올 나무를 어릴 때 골라 500그루만 심으면 된다. 육종에 필요한 부대 비용과 노동력 투입 시간을 2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농진청은 앞으로 시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달콤한 천도’, 과일 모양이 납작해 도넛처럼 먹을 수 있는 이색 과일인 ‘반도형’ 품종과 노동력 절감, 이상기상 대응, 수확기 다양화 등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빨리 수확할 수 있는 품종’, 수확과 유통이 편리한 ‘단단한 품종’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진청은 모양 판별 분자 표지의 특허출원을 완료하고 털 관련 분자 표지 출원을 준비 중이며 향후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맛과 이상기후에 대비한 열매 익는 시기 관련 분자 표지도 개발할 계획이다. 복숭아는 개화기 저온 피해, 잦은 비와 태풍, 각종 병 등이 문제가 되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회피할 수 있도록 일찍 수확할 수 있는 품종(6월~7월 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디지털 육종 기술은 우리나라 복숭아 품종 개발 체계를 효과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복숭아 핵심집단의 다양한 형질과 연관된 분자 표지 활용이 확대되면 개성 강한 품종이 늘어 시장 활성화는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