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가 다음 달부터 범용 AI(GPAI) 모델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는 가운데 가이드라인인 ‘AI 행동 강령(Code of Practice)’은 연말께 발표될 전망이다. 당초 이 강령은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약 6개월 지연됐다.
EU AI법은 지난해 8월 1일 발효됐으며 조항별로 단계적 적용에 들어갔다. 일부 금지 조항은 올해 2월 2일부터 이미 시행 중이며 핵심 규정인 범용 AI 모델 의무는 오는 8월 2일부터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규제는 내년 8월 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EU가 GPAI에 오픈AI ‘챗GPT’, 메타 ‘라마’ 등과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하는 AI 서비스로 규정한 만큼 글로벌 생성형 AI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연 매출의 7%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인 만큼 빅테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핵심 가이드라인인 AI 행동 강령이 법 시행 전인 5월 2일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연말 발표로 미뤄지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법은 시행되는데 구체적 준수 방법이 없는 '규제 공백'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셈이다. 기업들은 법 위반 시 벌금이 부과되지만 어떤 절차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모호해 법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에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AI,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등 유럽 내 주요 테크기업들도 법 시행 연기를 공동 요청했지만 EU는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AI 업계는 글로벌 빅테크가 규제 대응에 몰두하는 사이 한국 기업들이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범용·고위험 AI 분야는 빅테크가 규제 리스크로 시장 철수나 진출 축소를 고민할 수 있다”며 “한국은 아직 동남아시아나 미국에 집중하고 있지만 의료·제조·금융·공공 등 버티컬 엔터프라이즈 AI에 강점이 있어 유럽시장 틈새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제조업·금융 등 현장에서 활용되는 실용형 AI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움츠러드는 사이 현지 기업형 AI 솔루션 시장을 노릴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메타는 AI법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4월 출시한 멀티모달 모델 라마4를 EU 지역 기업과 개발자를 대상으로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멀티모달 모델의 경우 학습 데이터 출처를 완전히 공개하기 어렵고 저작권 침해 소송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규제 리스크 회피를 위해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빅테크가 규제 대응에 발이 묶인 사이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은 한국 기업들이 유럽의 버티컬 AI 시장을 선점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