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건조 날씨 장기화
작년 커피 가격 38.8% 폭등
중앙은행, 기후변화 따른 인플레 주목
100년 만의 폭우가 미국 텍사스를 덮쳤다. 유럽은 살인적 폭염과 홍수, 산불로 산업이 멈췄고 한국은 열대야와 집중호우가 일상이 됐다.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전 지구적 일상으로 번지면서 경제의 기초 질서와 자본의 흐름까지 바꾸는 ‘기후발(發) 대전환’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린다.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농업 생산 차질과 노동 생산성 저하, 인프라 붕괴 및 원자잿값 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후발(發) 악순환 구조는 갈수록 고착화하는 형국이다. 이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본지는 기후위기가 불러온 경제구조의 변화와 자본 흐름의 방향성, 산업별 대응력의 격차가 불러올 시장 내 생존 전략의 차이를 집중 분석한다.

지난달 스탠퍼드대 솔로몬 시앙 교수팀이 네이처에 기고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100년까지 전 세계가 ‘넷 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에 도달하더라도 쌀과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 수확량이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탄소 배출량이 억제되지 않고 증가할 경우 감소 폭은 24%에 달할 것으로도 예측됐다.
나아가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1인당 하루 식량 생산 능력이 120칼로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하루 소비량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앙 교수팀은 “곡물 등은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약 5~10% 수확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누적된 온난화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다”며 “또 폭염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작물 생장 주기와 수율이 더 큰 변동성을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은 이미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38.8% 상승했다. 고품질 커피인 아라비카는 58% 급등했고 인스턴트커피 등에 사용되는 로부스타는 70% 폭등했다. FAO는 “베트남에선 장기간 건조한 날씨로 2023~2024년 커피 생산량이 20% 감소했고 브라질도 날씨가 매우 건조하고 더워 생산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됐다”고 설명했다.

육류 가격도 치솟고 있다. FAO의 5월 육류가격지수는 124.6포인트로 전년 동월 대비 7.9%포인트 상승했다. 가금류 고기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소와 양, 돼지 고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수가 올랐다. 미국에선 쇠고기 도소매 가격이 이미 지난해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올해도 경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 밖에 코코아, 유제품, 생선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먹거리들이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에서도 주요 관심 사안이다. 5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도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이 기본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함께 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우린 수요로 작동하는 정책 수단에 너무 집중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량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보스팅컨설팅그룹(BCG)의 공급망 관리 자회사 인버토는 성명에서 “내년에도 식량 가격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후 위험 외에도 노동자 임금 상승과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식품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