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아파트와 연립주택 간의 가격 차이가 4배 벌어지며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는 수요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반면, 연립주택은 정체를 이어가며 주거 유형 간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6일 KB부동산의 서울 주택 유형별 월간 평균 매맷값 분석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8174만 원, 연립주택은 3억5107만 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가 연립주택보다 약 3.94배 비싼 셈이다.
이는 KB부동산이 월간 주택 가격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1월 이후 역대 최대 차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22년 11월로 당시에도 두 주택 간 가격 차는 약 3.8배 수준이었다. 한 달 전인 5월과 비교해도 아파트와 연립주택의 가격 격차는 더욱 커졌다.
특히 올해 들어서도 그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2억7503억 원에서 13억8174억 원으로 1억 원 넘게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연립주택은 같은 기간 동안 1200만 원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간 가격 차이 확대는 전국적으로도 관찰되지만 지방은 서울보다 양상이 덜 심각한 편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연립주택보다 약 2.38배 높았고 수도권은 2.99배, 6개 광역시 평균도 약 3.15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서울 내 지역별로 보면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뚜렷하다. 서울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7억3222만 원으로 연립주택(3억6875만 원)보다 무려 4.7배 가까이 비쌌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4.2배보다 더 벌어진 수치다. 반면 강북 14개 구는 아파트 9억8876만 원, 연립주택 3억3192만 원으로 약 3배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아파트와 연립주택 간 격차가 벌어지는 데는 수요 집중의 영향이 크다. 연립주택은 대체로 노후한 곳이 많고 수요층도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 여력이 작다. 반면 아파트는 학군, 교통, 개발 기대감 등 다양한 이유로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까지 몰리며 오름세를 지속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서울은 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기대가 워낙 강한 시장이고 최근 들어 아파트값이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이러한 쏠림이 더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강남권은 고급 브랜드 선호, 투자 및 실수요 집중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연립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 주택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결국 지금 부동산 가격 양극화가 심화된 핵심 원인은 아파트 중심의 시장 구조”라며 “반대로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등은 정책과 수요에서 모두 소외돼 있어 가격 회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나 세제 정책이 단순히 전체 주택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아파트와 비아파트 주택의 특성과 시장 흐름을 나눠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비아파트 주거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투자 유인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