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은 물론 근육도 강조돼서는 안 됩니다. 가느다란 팔 라인에서는 피부 아래로 드러난 뼈 라인이 핵심인데요. 요즘은 이렇게 앙상한 팔을 '뼈팔'이라는 신조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최근 한껏 마른 체형을 향한 선망이 팔뚝에 꽂힌 모양샙니다.
단순히 날씬한 게 아니라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신체 부위를 선망하는 모습, 어쩐지 위화감이 든다고요? 사실 마른 팔을 선호하는 유행은 10여 년 전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이른바 '기아 팔뚝'이라는 다소 폭력적인 표현으로 말이죠.
요즘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용어만 바뀌었을 뿐 '뼈팔' 역시 특정 신체를 미의 기준으로 소비하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인플루언서들의 사진 각도, 여전히 인기를 끄는 패션 트렌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그룹 모두 이 유행을 부추기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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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다이어트' 욕구가 치솟기 마련입니다. 무더위에 옷차림이 얇고 짧아지는 만큼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이들이 숱한데요. 여름 휴가 기간을 디데이(D-day)로 설정해 몸만들기에 나서는 것도 흔한 풍경입니다.
다만 노력에 비해 변화가 잘 체감되지 않는 신체 부위도 있습니다. 턱살이나 팔뚝, 허벅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표준 몸무게거나 저체중인 이들도 '팔뚝, 허벅지 살이 빠지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토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죠.
다이어트로 특정 부위의 살만 집중적으로 빼는 건 어려울뿐더러 팔뚝, 허벅지 등 특정 부위는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알파2 수용체가 많아 이 부위 지방은 잘 빠지지 않는다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뼈팔'은 오히려 마른 체형의 여성들이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집니다. 다이어트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등에서는 "몸에 비해 팔이 두꺼운 게 고민", "운동은 물론 식이요법도 병행하고 있는데 유독 팔만 변화가 안 보인다" 등 고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뼈팔'이라는 유행어도 우연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Z세대가 열광하는 패션과 셀럽, 그리고 SNS 트렌드가 모두 이 흐름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죠.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Y2K 트렌드가 대표적인데요. 이 유행에서는 크롭티, 슬리브리스처럼 팔과 허리를 드러내는 디자인이 두드러집니다. 상체를 작게, 날렵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스타일링은 자연스럽게 팔뚝에 시선을 집중시키기 마련인데요. 특히 소매가 짧고 몸에 붙는 옷을 입을 때 팔이 얼마나 얇아 보이느냐가 전체 실루엣의 밸런스를 결정짓는 요소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무대 위 아이돌이나 SNS 속 인플루언서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들의 체형은 '날씬함'의 기준으로도 통하는 모습인데요. 이들처럼 극도로 마른 체형을 갖고
싶어 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 유튜브, 틱톡 등에는 '장원영 팔뚝 만들기', '걸그룹 아이돌 팔뚝 운동' 등의 제목으로 팔 운동을 소개하는 영상이 다수 게재됩니다. 이런 영상은 수천~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죠.

이 유행은 낯설지 않습니다. 이미 과도하게 마른 몸을 선호하는 유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바 있고 '뼈팔'처럼 앙상한 팔을 추구하던 특정 시기도 경험한 적 있기 때문이죠.
2010년대 초반에는 '기아 팔뚝'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마른 팔을 향한 열망이 확산하면서 다이어트 자극 사진이나 운동 방법이 활발하게 공유됐는데요. 과거엔 다이어트 블로그나 커뮤니티 중심으로 유행이 형성됐다면 지금의 '뼈팔'은 아이돌, 인플루언서 중심의 이미지 소비에 더 가까운 모습입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뼈팔', '뼈말라' 등 키워드를 넣어 지방흡입술이나 지방분해주사를 홍보하기도 합니다.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등지에서는 비현실적인 비율로 잘 알려진 아이돌 멤버들의 사진을 들고 병원에 다녀왔다는 후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뼈팔' 트렌드는 단순히 취향이나 스타일을 넘어서 특정 신체 부위를 ‘미의 기준’으로 고정시키는 흐름과도 같은 실정이죠.
앞서 유행한 '짧은 중안부' 유행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얼굴 중심 부위를 짧게 보이게 하려는 열망이 패션·뷰티·의료 업계의 마케팅으로 번졌고, 급기야 '중안부가 길면 예쁘지 않다'는 이분법적 시선까지 따라붙은 건데요. '뼈팔'도 마찬가지로 앙상한 팔이 인기를 얻으면서(?) '예쁜 팔'로 통용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죠.
이런 흐름은 극도로 마른 체형을 동경하는 일명 '프로아나(pro-anorexia)' 문화와도 닿아 있습니다. 프로아나는 거식증(anorexia)에서 따온 단어로 말 그대로 거식증을 선망하고 그러한 몸 상태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문화인데요. 뼈만 남다시피 할 정도로 앙상한 몸매를 선망하며 이를 위해 굶는 것조차 거부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식욕 억제제 남용 등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요. 골다공증부터 생리 불순, 탈모, 면역력 저하, 우울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따라붙을 수 있어 이미 수차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언급됐습니다. '뼈팔'도 단순한 미적 유행으로 치부하기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죠.

전문가들도 단순히 유행에 휩쓸려 시술을 결정하기보다 자기 몸과 생활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특히 지방흡입술 등의 경우 시술 효과나 부작용 가능성, 의료진의 전문성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점은 유행은 늘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중안부가 짧아야 예쁘다고 했다가 어느 날엔 뚜렷한 광대와 강한 턱선이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흰 피부가 유행이었다면 또 다음 계절엔 햇볕에 자연스레 그을린 듯한 '선 번'(sun burn) 메이크업과 태닝 피부가 조명받는 사례도 있습니다. 과거의 유행이 다시 돌아오거나 정반대의 유행이 순식간에 주류를 꿰차는 일도 있죠. 이 모든 흐름은 너무 빠르게 바뀌고, 매번 다른 기준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까지 잘 알아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