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언어 변환 넘어 그 뒤에 숨어 있는 문화 발굴해야" [출판·번역시장도 AI바람 ③]

입력 2025-07-08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5-07-07 17:1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번역은 단순한 언어적 변환이 아닌 문화와 사고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원작자의 의도와 감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문화적 맥락을 정확히 파악해서 목표 언어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창조하는 것이 번역의 본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포스터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포스터 (넷플릭스)

올해 초 큰 화제를 낳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번역을 맡은 조용경 번역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번역가는 일종의 안내자이자 중재자 역할을 한다. 번역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새로운 언어로 되살리는 일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번역을 맡은 '중증외상센터'는 천재 외상외과 의사 백강혁(주지훈 분)이 자원 부족과 관료주의에 시달리는 대학 병원의 외상센터를 개혁하며 팀을 일류로 이끄는 이야기를 담았다.

번역 과정에 대해 "의학 드라마 특성상 전문용어가 많고 대사 속도도 빠르지만 그 안에는 인물 간의 감정선, 위기 상황의 긴장감, 말투의 미묘한 변화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라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의료 현장의 생생한 리듬과 정서, 인물 관계의 섬세한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했기에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치열한 고민의 연속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가 이해한 방식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닐 수 있고, 같은 표현이라도 새로운 언어로 바꾸는 순간 전혀 다른 울림을 줄 수 있다"라며 "결국 번역은 끊임없이 배우고 질문하는 태도를 요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조 번역가의 말처럼 번역은 단순한 언어의 변환을 넘어 언어 뒤에 숨어 있는 문화, 역사, 심리까지 이해해야 하는 고난도의 창작이다. 끊임없는 교육과 성찰을 요하는 직업이 바로 번역가인 셈이다.

"문화콘텐츠 전문성뿐만 아니라 번역 윤리 교육 통해 전문 번역가 육성"

전문 번역가 육성을 위해 한국문학번역원은 2008년부터 번역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문학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번역아카데미를 번역대학원대학교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아카데미가 정식 학위과정의 교육기관으로 격상되기 때문에 우수한 번역가 양성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다.

곽현주 번역원 번역교육본부장은 "이달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과 관련한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을 예정"이라며 "번역원 건물에 있는 아카데미 공간을 확장해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설계 작업과 여러 심의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AI 번역이 활성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설립될 대학원 과정에서는 'AI 번역과 윤리', 'AI 번역과 번역문 교정(Postediting)'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번역 패러다임을 분석할 수 있는 교과목이 신설될 예정이다.

곽 본부장은 "문화 콘텐츠 전문성 강화를 포함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 번역 이론 및 번역 윤리 교육을 통해 전문 번역가로서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AI 활용에 관한) 기본적인 윤리 의식을 가진 분들을 육성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 본부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성취 이후 최근 번역원에 한국문학을 문의하는 해외 출판사들이 엄청 늘어났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번역 프로젝트 사업을 시행한다면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릴 기회가 마련되고, 번역가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는 등 선순환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AI 대세, 결국 잘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번역가 많이 나와야"

(챗GPT)
(챗GPT)

마승혜 동국대 교수는 문학 번역과 AI를 접목하는 교육 방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인간 번역가는 AI 번역 결과물의 오류를 찾아내어 선별할 수 있는 비판적 판단 및 수용 능력이 필요하다"라며 "AI 번역이 빠르게 발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오류는 있다. AI를 IA(Intelligence Amplification·인간 능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번역이 '저임금 노동'이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산학 연계 프로그램 활성화를 주장했다. 마 교수는 "번역가의 업계 진출을 제도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라며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번역과 관련된 흐름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번역 전문 연구소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영하, 신경숙, 한강의 소설들을 해외에 수출하며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AI를 통한 번역과 그와 인간과의 동반자적 관계는 현실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AI를 통한 번역이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견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준 높은 번역 결괏값을 내기 위해서는 생성형 AI에게 내리는 명령값에 대한 세밀한 전문성 또한 필요하다. 결국 더 많은 훌륭한 인간 번역가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소설이나 시뿐만 아니라 비평 담론까지 문학 번역의 영역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그렇게 되면 특정의 한 작품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한국문학과 한국 전반에 대한 감상과 이해의 깊이와 폭이 넓어지게 된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생산된 비평 담론의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번역은 창작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문화 산업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다양한 장르의 문학이 번역되어야 한다. 순문학을 포함해 추리, SF, 판타지, 로맨스, 웹소설 등 문학의 저변이 확대할 때 산업적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며 "바로 그 기반에서 특정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이 제작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5,981,000
    • -1.19%
    • 이더리움
    • 4,694,000
    • -0.49%
    • 비트코인 캐시
    • 863,500
    • -0.12%
    • 리플
    • 3,118
    • -1.67%
    • 솔라나
    • 202,900
    • -4.43%
    • 에이다
    • 641
    • -2.88%
    • 트론
    • 427
    • +1.91%
    • 스텔라루멘
    • 373
    • -0.27%
    • 비트코인에스브이
    • 31,020
    • -0.32%
    • 체인링크
    • 21,010
    • -1.55%
    • 샌드박스
    • 218
    • -3.5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