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DSR 시행 앞두고 '막차 수요'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이 7조 원 가까이 폭증했다.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은 27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도입 전날인 30일까지 실행된 대출액만 1조8000억 원이 넘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4조8348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6조7536억 원 급증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열풍을 보였던 지난해 8월(9조6259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영끌 등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도입 전에 주택담보대출 '막차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코스피가 31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빚투'(빚내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도 있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599조4250억 원으로 전월(593조6616억 원)보다 5조7634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 폭은 지난해 9월(5조9148억 원) 이후 9개월 만에 최대다.
신용대출은 한 달간 1조876억 원 늘었다. 이는 2021년 7월(1조8636억 원)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기업 대출은 감소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165조6516억 원으로 전월보다 5조7668억 원 줄었으며 중소기업 대출도 2조6543억 원 감소했다.
특히 대출은 월말에 집중됐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늘어난 가계대출만 1조8400억 원에 달했다. 통상 월말에 대출 실행이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규제 시행 전 대출을 서두른 수요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시행했다. 이어 이달부터는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스트레스 금리 1.5%포인트(p)를 반영하는 DSR 3단계가 적용됐다.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는 8월 이후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매매 계약 체결 후 대출 실행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에도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전세대출·정책대출 DSR 확대 등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