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승인 기대·전략적 매입 확산…제도권 진입 신호
법적 불확실성 해소됐지만, ‘신중론’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4년 넘는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며 리플(XRP)이 제도권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거래량은 하루 만에 135%가량 급증했고, 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과 상장사의 전략적 매입 사례까지 더해지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디지털 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XRP의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41억 달러(약 5조5500억 원)로 집계됐다. 전일 대비 135%가량 증가한 수치다. 약 4년 6개월간 이어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적 분쟁 종료가 거래량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SEC는 2020년 리플이 13억 달러 규모의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공방 끝에 리플은 약 1억260만 달러(약 1400억 원)의 벌금을 납부하고 항소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마무리했다. 벌금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XRP 거래는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이 유지되면서 사실상 리플이 승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XRP의 규제 지위가 명확해지면서, 리플은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XRP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 ETF 전문 분석가는 올해 6월 XRP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을 95%로 상향 조정했다.
그레이스케일(Grayscale), 비트와이즈(Bitwise)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XRP ETF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네이트 게라시 ETF 스토어 대표는 “법적 분쟁이 끝나면서 블랙록과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의 XRP 시장 진입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평가했다. SEC는 이미 새로운 상품 출시를 위한 XRP 관련 서류(19b-4)를 승인하면서 ETF 심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정 기한은 올해 10월 17일이다.
한편, 나스닥 상장사인 비보파워(Vivo Power)는 1억2100만 달러(1600억 원) 규모의 XRP를 전략적 준비금으로 보유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는 기존 전략적 준비금의 중심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같은 대형 디지털 자산이었던 만큼, XRP를 재무자산으로 채택한 비보파워의 사례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상장사가 XRP를 전략적 준비금으로 보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XRP의 장기적 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XRP가 제도권의 인정을 받는 디지털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SEC와 리플 간 법적 분쟁 종료에 관해 “XRP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며, 디지털 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있어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XRP의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최 센터장은 “전략적 준비금에 대한 기대는 지난 3월부터 계속 나왔고, XRP 선물 상품도 5월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됐다”라며 “이번 법적 이슈 종료로 기대감은 커질 수 있겠지만, 전략적 준비금이나 ETF 관련해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어서 낙관적인 전망을 속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