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확대 통한 이란 영향력 억제 목적
이스라엘·시리아 관계 복원 가능성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2004년 행정명령을 통해 본격적인 제재에 나선 지 21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통해 중동 우방을 확대해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이란의 영향력을 한층 억제하는 등 중동에서 새판 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제재 종료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04년 조지 W. 부시 당시 행정부가 특정인의 재산동결과 금융 규제를 발표한 후 처음으로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푼 것이다.
시리아는 작년까지 24년 동안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 아래에서 내홍을 겪었다. 부정과 부패 그늘 속에 외교적 고립과 동맹 약화ㆍ내전 등을 겪었다. 마침내 작년 12월 반군에 의해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축출됐다. 그는 러시아로 황급히 망명했다.
임시대통령은 아메드 알샤라가 맡았다. 새 대통령은 시리아의 정치적 전환을 이끌기 위해 △국민대화 회의 소집 △헌법 선언 등을 추진했다. 무엇보다 실익이 없는 이란 중심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시리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과 동맹을 맺었다. 중동 소수 종파인 시리아는 이란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권을 유지했다.
반세기 가까운 이란과의 동맹은 지난해 독재정권의 붕괴 이후 빠르게 약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의 이런 정치적 전환점에 발 빠르게 끼어들며 중동에서 미국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5월 중동 순방 과정에서 알샤라 임시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도 이런 배경이 존재한다.
이번 제재 해제를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관계 복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측은 네 차례 중동전쟁에서 직접 충돌했을 만큼 매우 적대적이었다. 나아가 전쟁 이후 골란고원을 둘러싼 영토 분쟁에도 휩싸여 있다.
그러나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가 복원되면서 이스라엘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의 중동 우방에 시리아가 합류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전임 시리아 정권의 대리세력이 남아 있고 이들이 실질적 테러활동을 재개하면 미국의 외교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