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본격적인 전기 중심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맞아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대개편을 예고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일 취임사를 통해 “에너지와 산업의 대전환 앞에서 눈을 감거나 외면할 수 없다”며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RE100 산단 조성, 에너지 신산업 창출이라는 중대한 과제에 산업부가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전기가 생존의 조건이 된 시대에 우리는 단 한 시간도 전기 없이 살기 어렵다”며 “이제는 누가 더 저렴하고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에너지 공급 인프라를 둘러싼 세계적 경쟁을 ‘그리드 패권 경쟁’으로 규정했다. “석유 시대엔 유조선과 가스선이 해상패권을 쥐었다면, 이제는 대규모 송전망과 해저케이블이 새로운 주도권을 결정짓는다”며 “이는 로마 시대의 도로망처럼 국가 성장의 핵심 인프라”라고 비유했다.
또한 이 차관은 전력망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전기 시대는 마이크로그리드, 분산전원, 프로슈머 등장 등으로 지역 단위의 에너지 자급을 가능케 하고, 에너지 주권과 민주주의 구현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도 짚었다. 이 차관은 “가상발전소(VPP), 차량-전력망 연계 기술(V2G), 에너지저장장치(ESS), 섹터커플링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들이 에너지 시장의 문을 새로 열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은 지역에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인공지능(AI)의 출현은 전기 중심 사회를 더욱 빠르고 고도화된 방향으로 이끄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상공부·동력자원부 시절의 전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맨땅에서 원전산업을 일으키고 가스산업 기반을 닦았던 선배들의 DNA가 우리 안에 있다”며 “철강·석유화학·조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그때처럼, 지금 우리도 빈틈없는 로드맵과 제도 정비로 산업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체계, 시장 구조, 거버넌스, 전력망의 구조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차관은 “에너지고속도로와 분산형 전력망을 동시에 새롭게 레이아웃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제는 우리 실력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마지막으로 “그동안 산업부 가족들과 함께 부딪치고 호흡하면서 느낀 열정과 헌신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며 “이제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