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74% 수도권 집중
키워드 G.R.O.W.T.H(그린, 로봇, 오픈데이터, 웰니스, 공유, 반려)

혁신 기업의 발목을 잡던 규제를 풀자 기업의 고용과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9일 발표한 ‘통계로 보는 민간 규제 샌드박스’ 보고서를 통해 “규제 1건을 유연하게 풀면 기업 1곳당 평균 14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매출은 19억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규제 혁신이 일자리 창출과 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직접적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상의는 “더 큰 샌드박스로 더 큰 혁신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메가 샌드박스 구상을 제안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사업자들이 기존 법령의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받아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지난 5년간 대한상의는 산업부·과기정통부·금융위 등과 협력해 총 518건의 규제특례 승인을 도왔다. 2020년 51건에서 시작해 매년 증가했고, 올해 5월 기준 누적 승인건수는 518건에 달한다.
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총 6900명의 신규 고용과 9800억 원의 매출 증가, 2500억 원의 민간투자 유치라는 실질적 성과를 냈다. 특히 승인 기업의 72%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으로, 규제 샌드박스가 자원과 역량이 부족한 초기 기업에 든든한 성장 디딤돌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승인유형은 실증특례가 88%로 가장 많았고, 임시허가(8%)와 적극해석(4%)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215건), 경기(146건), 인천(21건) 등 수도권에 74%가 집중됐다. 부처별 승인건수는 식약처(192건), 국토부(102건), 복지부(66건)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일수록 규제특례 수요가 많았다는 해석이다.
신산업 유형은 ‘G.R.O.W.T.H.’라는 키워드로 분류된다. 기후·에너지(Green Energy), 로봇·AI(Robotics), 정보통신(Open Data), 헬스케어(Wellness), 공유경제(Together Economy), 반려동물(Human-Animal Bond) 등 6개 분야다. 예를 들어, 도심형 스마트 보관 서비스, 자율주행 배달로봇, 비대면 진료, 공유미용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등이 모두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대한상의는 기존 제도를 보완할 방향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지자체 단위로 산업별 규제를 풀고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통합 지원하는 ‘메가 샌드박스’ 모델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 중심 구조를 벗어나 지역별 맞춤형 신산업 육성을 가능하게 한다. 규제 전면 폐지보다 지역 단위 실험을 통해 규제 효과성과 경제성도 검증해볼 수 있다.
둘째, 실증이 끝난 과제에 대해선 신속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518건 중 117건만이 제도화됐다. 공유주방, 자율주행로봇, 자동차 SW 무선업데이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 일부 사례는 조기 법제화로 정식 사업화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공무원의 ‘적극행정’을 유도하는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규제는 결국 사람이 푸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과 면책이 뒷받침된다면 공무원들이 더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성남시장 시절, 적극행정을 펼친 공무원을 승진시킨 사례가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민관이 이같은 혁신 실험을 토대로 샌드박스의 범위도 넓히면서 혁신의 크기를 키우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지역의 균형발전까지 이어지는 일석다조의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