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대출길에 민원ㆍ전화 폭주

정부가 수도권ㆍ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묶는 초강력 규제 시행 후 첫 대면 영업일인 30일 은행 지점은 비교적 한산했다. 이달 28일부터 은행권의 비대면 주담대, 신용대출이 일시 중단됐지만 현장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전화 문의가 폭주하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30대 A 씨는 “규제 시행 전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문제가 없는지 확인차 은행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곳 지점 직원은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이 발표된 지난주 금요일(27일)에는 가계약을 걸어두거나 당장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로 북적였지만 오늘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선 영업점이 빠르게 진정된 것은 1일 시행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영향이 컸다. 미리 자금조달 계획을 짜 놓은 실수요자들이 많았던 만큼 주담대 한도 제한의 충격파를 어느 정도 흡수한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은 이미 6월에 대출 신청을 마무리했다”며 “주택 구매를 고려하던 고객들은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확인하면서 집값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찾은 복수의 은행 지점에는 ‘가계약도 대출이 나오는지’ 등의 사례별 문의가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결혼을 앞두고 가계약을 해둔 신혼부부가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문의를 하기 위해 지점을 찾아왔다”며 “단순한 가계약만으로는 대출이 어렵다는 점을 안내했다”고도 했다.
비대면 대출이 언제 재개되는지, 새 규제 적용 여부 등을 묻는 전화 문의는 폭주했다. 은행권은 전산시스템 개선을 위해 주담대, 신용대출의 인터넷ㆍ모바일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각 은행이 규제 내용에 맞춰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테스트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진행 상황과 대출 종류에 따라 약 1주일, 길게는 2주일까지 비대면 신청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급하게 전산 개발을 마치고 비대면 전세자금대출은 재개했다"며 "주담대 등 나머지 비대면 대출 시스템도 최대한 빨리 정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정부가 갑자기 ‘당장 새 규제로 전산 바꿔라’고 하니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며 “요건에 맞으면 접수는 받지만 처리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장 혼란이 가중되자 금융감독원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현장 점검에 들어갔다. 대출 수요가 자영업자 대출 등 다른 상품이나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발생 여부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점검은 전 금융권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한도나 자격 요건 등을 제대로 숙지해서 진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은행권의 비대면 대출 중단과 관련해서도 전산 준비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