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칼럼] 글로벌 금융혁신 이끄는 ‘스테이블 코인’

입력 2025-06-2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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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ㆍ前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준비금 갖춰 송금 등 국제거래 활발
낮은 수수료·실시간 거래 장점 많아
통화팽창정책 견제…법제화 대비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스테이블 코인의 거래 규모가 27조6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신용카드의 전체 거래액 25조7000억 달러를 뛰어넘는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와 같은 국가 법정화폐나 금 등과 연동되어 설계된 암호화폐다. 발행 시 동일한 가치의 화폐나 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적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무역 대금 결제, 국제 송금 등의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주요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테더(USDT), USDC, USDS 등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주요 장점 중 하나는 24시간 언제든지 국내외로 빠르고 손쉽게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결제망(SWIFT)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송금 방식은 평균 2~5일이 소요되지만,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송금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송금 방식의 수수료는 약 6%이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0.5%의 수수료로 매우 저렴하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이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에는 매우 적합하지만, 일상적인 거래에서는 아직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국제 거래에서의 틈새 화폐로 기능하고 있고, 앞으로 이 역할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 코인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하여 주요 국가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유지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법제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 법안인 ‘지니어스(GENIUS) 법’이 상원을 통과했으며, 하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홍콩과 일본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한국 역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스테이블 코인의 법제화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법제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준비금에 대한 투명성이다. 준비금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면 코인의 가치 안정화에 필요한 준비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보유자가 발행사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어려워지며, 사기 행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의 핵심은 준비금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명성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특히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와 연동된 경우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연동된 법정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도 하락한다는 점이다. 연동된 법정화폐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을 경우 스테이블 코인의 구매력도 그에 따라 감소한다. 중앙은행의 통화팽창 정책으로 법정화폐가 과다하게 발행되면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하락하여 결제 수단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 수단의 지위를 지속하려면 가치가 안정적인 자산을 준비금으로 삼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재화와 서비스를 거래할 때 화폐로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 자산의 가치 안정성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안정적인 준비금 자산이 필수적이다. 준비금 자산이 불안정하면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도 불안정해져 사람들이 거래에서 이를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중앙은행의 법정화폐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다. 그에 따라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앙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규제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이러한 태도는 화폐의 자연스러운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은 무분별한 통화정책을 피하고 화폐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통화팽창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방만한 통화팽창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그에 대한 반발로 비트코인이 등장했으며,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것이 스테이블 코인이다. 앞으로 어떤 것이 보편적인 화폐가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중앙은행이 과다하게 통화를 발행하면 중앙은행의 법정화폐는 현재와 같은 보편적 화폐의 지위를 빠르게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서 글로벌 금융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발전 방향은 규제 환경, 기술 혁신, 시장의 변화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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