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본회의 불참하며 "협치 파괴" 강력 규탄
與는 입법·예산 주도권 장악…정국 드라이브 속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포함한 4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입법과 예산의 핵심 관문을 여당이 장악함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국회 내 대립 구도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회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원장에 4선 이춘석 의원, 예결위원장에 3선 한병도 의원, 운영위원장에 3선 김병기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3선 김교흥 의원을 선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강력히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는 법사위원장직으로 입법 기능을 틀어쥐고 사법부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라며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실천 없는 말로만 협치를 외치는 민주당의 이중적 행태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양당의 갈등은 '견제와 균형' 원칙을 둘러싼 해석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제2당이 맡아왔다"며 국회 관례를 강조하는 반면, 민주당은 "의석수에 따른 비례 배분이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맞선 상태다.
이번 선출로 민주당은 새 정부 들어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확보는 민주당에 입법 추진 동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에선 두 위원장직을 모두 확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법사위는 모든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최종 관문으로, 위원장이 안건 상정 시기와 심사 일정을 독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예결위원장 역시 예산안과 추경안 심사의 전 과정을 주도하며, 필요시 직권으로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민주당은 167석의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주요 법안과 예산안의 처리 속도와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본회의 보이콧 외에는 실효적인 대응 수단이 없어 입법 과정에서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국회 운영이 '협치'보다는 '대립' 구도로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하반기에 예정된 정부 예산안 심의와 주요 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는 변화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2026년 중반 전·후반기 교체 시점이 되면 법사위원장 등 핵심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위한 여야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2년씩 나눠 맡은 전례가 있어 타협의 여지는 남아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을 아예 법제화하자는 제도 개혁 논의도 부상할 전망이다. 매번 반복되는 협상 난항과 단독 선출 사태를 막기 위해 명확한 배분 공식을 국회법에 명시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