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가덕도 신공항, 속도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입력 2025-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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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다시 움직일 조짐이다. 현대건설이 이탈하면서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부가 공사 기간 확대 등 입찰 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현대건설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군이 등장하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다시 추진될 환경이 마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우선순위를 속도와 비용에만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건설이 가덕도 신공항 공사 불참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시추조사 한번 하지 않고 빠져나갔다"고 비판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계획에 손을 대는 순간 공기뿐 아니라 소요예산이 대폭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계획을 완화해 재입찰하면 현대건설의 주장에 말려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현대건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박 장관은 "국가계약법 또는 부당업자 제재의 대상이 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국토부가 지난달 초 부지 조성공사 수의계약을 중단하면서 멈췄다. 현대건설이 입찰공고의 공사 기간을 초과하는 기간을 반영한 기본설계를 제시했고 국토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국토부가 공고한 84개월(7년)보다 24개월이 늘어난 108개월(9년)의 공사 기간을 반영한 기본설계를 내놨다. 기본설계 과정에서 250여 명의 전문가와 600억 원의 비용을 투입해 기술검토를 거친 결과다.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와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현대건설의 생각이다.

가덕도 신공항 공사는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난도가 상당히 높고 변수도 많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구조물 대부분을 바다 위에 시공해야 하고 활주로 예정지는 연약지반이라 단단하게 만드는 동시에 산을 옮겨 매립해야 한다. 강한 바람과 태풍, 높은 파도 같은 기상 악화 가능성도 상존한다.

어떤 건설공사나 마찬가지지만 부실 공사는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유발한다. 특히나 공항은 제대로 된 공사를 통해 안전과 품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공항은 수백 톤의 항공기가 빠른 속도로 쉴 새 없이 오가야 하는 곳이다. 사고가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통상의 공사장보다 작업환경의 위험도가 훨씬 높은 가덕도 신공항 공사 현장에서의 중대 재해 발생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악조건에서 서두르다 보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공기 연장과 공사비 확대 필요성을 얘기하는 건설업계의 견해를 사익 추구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무리다.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서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과 정치인들이 하루라도 서두르자는 태도를 보이는 배경이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을 이용하게 될 사람은 지역 주민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사는 모두다. 해외에서 찾아오는 외국인도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지역의 이해와 목소리에 휘둘려 속도전으로 흘러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공항은 한번 지으면 기본적으로 수십 년을 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위치를 옮기거나 새로 짓는 사례는 드물다. 김포국제공항은 1958년 개항해 70년 가까이 운영 중이고 일본 하네다공항은 90년이 넘었다.

가덕도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문을 2~3년 일찍 여는 것보다 100년 동안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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