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사업자 10곳 중 8곳은 확정급여형(이하 DB형) 적립금의 90% 이상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운용수익률도 DB 전체 평균에 머무르는 등 아쉬운 결과를 내고 있어 DB형 운용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퇴직연금사업자들을 대상으로 DB형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자체 DB 운용 ‘솔선수범’을 당부하며, 고객들에 대해 ‘선관주의 의무’를 다해달라고 이같이 강조했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 원을 돌파하며 제도 도입 이후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근로자가 퇴직 시 확정된 급여를 지급 받는 DB형 퇴직연금이 약 215조 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수익률은 4.04%로 확정기여형(DC형, 5.18%), 개인형퇴직연금(IRP, 5.86%)에 비해 1%포인트(p) 이상 크게 뒤지는 실정이다.
DB형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는 가입자인 회사 연금사업자들의 비전문성과 소극적인 대응이 꼽힌다. 작년 말 기준 DB형 내에서 원리금보장형상품의 비중은 93.2%(200조 원)에 달한다. DB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을수록 기업의 적립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손실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보수적인 행태를 보여 적립금을 대부분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상품에 맡겨두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그동안 퇴직연금사업자가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DB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총 42개 퇴직연금사업자의 자체 DB 적립금 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업자 42사의 88.1%(37개사)가 자사 DB 적립금의 90% 이상을 원리금보장형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그 결과 수익률(4.37%)도 DB 전체 평균 수준(4.04%)에 불과했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모두발언을 통해 "퇴직연금사업자들은 자체 DB 적립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견지하고 실적배당형상품에 적극 투자해달라"며 "담당 임직원에게 장기성과에 연동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러한 자체노력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수탁자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들에게 체계적인 자산운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금융멘토’로서 전략적인 DB 운용을 독려해달라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 우수사례로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은행의 사례가 공유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대체투자,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실적배당형상품에 적립금의 70% 정도를 분산투자해 최근 6년간 DB형 평균 대비 2.5%p 이상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퇴직연금사업자 대상 세미나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DB형 퇴직연금 운용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앞으로도 DB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