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내년에나 기대”

한국 배터리 산업을 이끄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빅3'가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분기에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 미중 관세 전쟁, 리튬 가격 폭락 등 삼중고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에서는 내년이나 돼야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 배터리 3사 실적은 모두 저조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배터리 판매량 감소와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인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6조2650억 원, 영업이익 374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무려 75.2% 급감한 수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316억 원으로 적자 전환된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등을 생산판매할 경우 생산량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삼성SDI는 작년 1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삼성SDI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1768억 원, 영업손익은 -4341억 원이다. 작년 1분기 매출은 4조8162억 원, 영업이익은 2491억 원이다. SK온의 경우 미국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며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SK온의 미국 공장 가동률이 85%를 기록한 2023년 하반기, 적자 규모를 줄인 바 있다. 미국 생산량이 늘면 AMPC 혜택도 커지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 부진 그림자는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에도 리스크 요인이 여전하다. 먼저 미국 IRA 수정법안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 21일 미국 공화당 하원에서 IRA 수정법안이 발의됐다. 트럼프 2기 집권 2년차인 2026년에 예정대로 각종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가 종료되면, 이는 곧 소비자 구매 부담 증가로 이어져 미국 전기차 수요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AMPC 혜택을 받기 위해 베터리 부품의 대표격인 셀 업체들은 2026년부터 현지 셀 제조원가의 40%가 넘지 않게 공급망 상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자동차 관세에 따른 미국 내 수입 전기차 잠재 수요 감소도 또다른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 4월부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는 상호관세와 무관하게 25%를 적용 받게 됐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 분석에 따르면 수입자동차 25% 관세 부과로 미국 내 관련 수입 전기차 수요가 최대 58% 줄어들 수 있다.
리튬 가격은 저점을 뚫었다. 전기차 캐즘에 따른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탓이다. 2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kg당 58.10 위안으로 전년 평균 대비 32.59% 하락했다. 리튬 가격은 2022년 11월 kg 당 584위안을 찍었는데, 3년 새 10분의1 토막이 난 셈이다. 배터리 업계는 광물 가격과 양극재 등 제품 가격을 연동해 판매한다. 때문에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 매출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아울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비싼 가격에 미리 대량으로 확보해 둔 리튬을 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 '역(逆)래깅 효과'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반등 요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독일 정부가 향후 10년간 약 1조원 유로(1조10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기차 세액공제 등 미국 IRA와 AMPC와 비슷한 효과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다. EU의 강화된 규제에 맞추기 위해 2027년까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펼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미국 상무부가 이르면 9월 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반덤핑 최종 판정을 예정하고 있다. 반덤핑 판정이 중국 업체 전반에 포괄적으로 매겨지게 되면 한국 기업이 그 대체제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삼성증권 장정훈 연구원은 "전방 전기차 수요 부진과 리스크 관리 등의 이유로 2차 전지 밸류체인들의 펀더멘털 개선 폭이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 역시 "그동안 공격적으로 늘려온 캐파 증설이 이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실적이 조금씩 개선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