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소설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 "봉준호 '살인의 추억' 써보고 싶었다"

입력 2025-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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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님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 최근 DNA를 검정해서 범인을 찾았다고 들어 매우 안심했다.

▲2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신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로 내한한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가 웃고 있는 모습.
 (민음사, 황금가지)
▲2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신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로 내한한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가 웃고 있는 모습. (민음사, 황금가지)

20일 중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열린 신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는 소설로 써보고 싶은 미제 사건에 관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196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다카노 가즈아키는 '13계단'으로 일본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사형 제도와 현대 범죄 관리 시스템을 탐구하는 문제작으로, 사회파 추리 소설의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도 1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신작은 추리와 공포, SF를 망라한 소설집으로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렸다. 수록작 가운데 네 편은 일본을 포함해 어느 지면에서도 공개된 적이 없는 미발표작이다.

다카노 작가는 "이 책을 한국에서 먼저 공개하게 되어 굉장히 감격스럽다"라며 "세상의 반응을 신경 쓰고 싶은 일은 별로 없지만, 한국 독자들이 제 작품을 즐겨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

책 제목인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는 원래 '죽은 자에게는 입이 없다'라는 일본 관용구에서 따왔다. 그는 "사람이 죽으면 말할 수 없다"라며 "그러나 이 작품 속의 인물은 피해자가 자신이 죽었던 상황에 대해서 말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제목을) 그렇게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2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신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로 내한한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가 기자들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민음사, 황금가지)
▲2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신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로 내한한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가 기자들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민음사, 황금가지)

한국에 비해 일본은 추리 소설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세기 말 에도가와 란포로 대표되는 탐정소설이 등장하면서 장르적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 요코미조 세이시,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작가 전통이 형성됐다.

다카노 작가는 데뷔작인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미야베 미유키는 "도저히 신인 작가라고 믿을 수 없다. 주도면밀한 구성과 탄탄하고 이지적인 문장을 읽을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라며 극찬했다.

다카노 작가는 "어렸을 때 '추리 퀴즈'라는 책이 유행했다. 이 책을 통해 범행 현장에서 발자국을 지우는 법, 살인 후에 칼자국을 남기지 않는 법 등을 배웠다"라며 "한국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런 책을 많이 내주면 추리 소설 분야가 발전할 거로 생각한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다카노 작가는 유명한 영화광이기도 하다. 소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됐을 때 직접 각본을 담당했고, 그중 한 에피소드인 '3시간 후 나는 죽는다'의 연출을 맡았다.

소설 작업과 영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두 장르의 차이점에 관해 "영화는 외부의 관점에서만 묘사할 수 있다. 인물의 내면까지는 들어갈 수 없다"라며 "소설은 인물의 내면이 어떤지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조심하지 않으면 설명으로만 가득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흥미롭게 읽은 한국 추리 소설로는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를 꼽았다. 그는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었고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 전개도 좋았다"라며 "영화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순수한 소설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그는 "일본에서는 나이가 들면 도덕적인 이야기나 훌륭한 이야기 쪽으로 전환하는 작가가 많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재미를 추구할 것"이라며 "젊은 독자들이 이 늙은 작가는 어쩜 이렇게 바보 같은 이야기를 썼나, 하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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