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은 감당 가능…또 다른 요청 올까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장기 연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두고 은행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금융권 분담액은 4000억 원 수준이지만, ‘상생금융’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가 더 큰 부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향후 추가 출연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장기 연체 채무조정 프로그램 총 소요 재원은 약 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 규모의 개인 무담보채권의 규모인 16조4000억 원을 평균 5% 가격으로 매입할 경우 필요한 금액이다. 이 중 4000억 원은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나머지 4000억 원에 대해서는 금융권에 분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송병관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4000억 원의 재원은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관련해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라고 밝혔다.
금융위 측은 아직 재원 절반을 조달할 ‘금융권’이 은행권이 될지는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 서민금융과장은 “4000억 원 정도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나머지를 금융권이 도와주면 좋겠다”면서도 “금융권이 은행권을 의미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주축으로 한 국내 은행들이 주요 재원 분담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최근 몇 년 간 소상공인 및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왔다.
2024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회원기관(은행·보증기금·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난해 사회공헌 사업 지출 총액은 1조8934억 원으로 보고서 발간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외에 지난 2023년 10월 발표한 2조 1000억 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과 2023년부터 3년간 총 5800억 원을 출연해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은행권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번 정부가 ‘상생금융 확대’를 예고한 만큼 4000억 원 규모 자체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규모 자체는 큰 부담이 아니지만, 정부가 ‘마중물’이라고 언급한 만큼 또 다른 상생금융 과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정책 방향에 따라 사실상 반복적으로 분담해야 하는 구조가 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대상이 7년 이상 된 장기 연체 채권이기 때문에 상계 방식으로 정리하는 게 부담이 덜 할 수 있다”면서도 “출연금으로 낼지, 연체 채권으로 털어낼 지에 따라 실무적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