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L)1 x VEGF 이중항체,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낙점

면역항암제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옵디보‧여보이 등의 특허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PD-(L)1 x VEGF 이중항체가 차세대 대안으로 부상했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PD-(L)1 x VEGF 이중항체를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점찍고 관련 후보물질을 도입하거나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으로, 머크의 키트루다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 여보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약물의 특허는 2025~2028년 사이 만료될 예정으로, 이를 대체할 새로운 면역항암제가 필요하다.
업계는 그간 다양한 신규 타깃을 발굴하며 다음 세대 치료제를 모색했지만, 다수 후보물질이 임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개발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이런 가운데 PD-(L)1 x VEGF 이중항체가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도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PD-(L)1 x VEGF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와 면역관문분자인 PD-1 또는 PD-L1을 동시에 억제하는 구조다. VEGF를 억제하면 종양 내 혈관 생성을 막아 영양 공급을 차단하고,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PD-1 억제제는 T세포의 활성을 높여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게 한다. 이 두 작용을 하나의 항체로 통합한 PD-(L)1 x VEGF 이중항체는 종양 미세환경을 동시에 제어해 단일 항체보다 더 강력한 항암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개발 속도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밋테라퓨틱스(Summit Therapeutics)는 자사의 PD-(L)1 x VEGF 이중항체 이보네시맙이 키트루다와 비교 임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mPFS)을 약 2배 향상된 11.1개월로 끌어올리며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증명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술 도입과 파트너십 경쟁은 본격화됐다. BMS는 이달 초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PD-(L)1 x VEGF 이중항체 후보물질 BNT327 개발을 위해 최대 111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질은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지난달 중국 쓰리에스바이오로부터 항암제 SSGJ-707을 선급금 12억5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포함해 최대 60억 달러(약 8조 원)에 도입했다. 머크 역시 지난해 11월 중국 라노바 메디슨으로부터 항암제 ‘LM-299’를 최대 33억 달러(약 4조5000억 원)에 확보했다.
PD-(L)1 x VEGF 이중항체가 키트루다 등 기존 치료제 대비 임상 지표에서 반응률과 생존 기간 개선 등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지만, 전체 생존 기간(OS) 유의성 확보와 부작용 최소화란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해당 모달리티가 면역항암제 시장의 2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중항체는 병용요법과 달리 단일 분자로 일정한 농도와 비율로 동시 작용한다. 정밀성과 일관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돼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VEGF x PD-(L)1 이중항체는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한 만큼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