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도 장사를 접는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폐업공제금 규모가 연일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신속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통해 소비가 촉진되고 희망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월까지 지급된 폐업공제금 규모는 7170억 원으로 전년 동기(6578억 원) 대비 9%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같은 기간(3115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는 5만9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283건)보다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오래 버텨온 소상공인들이 무너지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월별로 △1월 1959억 원 △2월 1434억 원 △3월 1312억 원 △4월 1367억 원 등 1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서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5월에는 1098억 원으로 전년 동기(1135억 원) 보다 줄어 대선 이후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소상공인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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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노란우산공제 납부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공제계약대출(납부부금 내 대출) 규모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까지 누적된 부금 내 대출 금액은 4조2556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5460억 원)보다 7096억 원 증가했다. 5월에만 대출 건수 5만2234건, 대출금액 8033억 원을 기록했다.
소상공인들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추세대로면 올해 폐업공제금 지급 규모는 1조5000억 원, 부금 내 대출 규모는 1조 원을 돌파하게 될 전망이다.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매년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체 월평균 매출액은 2023년 1231만9000원에서 2024년 1060만3000원, 올해 854만7000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음식‧숙박업의 월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2130만6000원에서 올해 569만7000원으로 급감했다.
월평균 영업이익은 2023년 279만5000원에서 2024년 265만 원, 올해 208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공제금 지급 사유를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노란우산공제를 임의해지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5월까지 임의해지로 인한 해약 지급액은 2003억 원(2만5690건)으로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1805억 원(3만218건), 2021년 1689억 원(3만952건)을 넘어섰다.
IMF 외환위기, 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전담 차관 신설,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 지급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여당은 최대 5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보편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위축된 소비심리에 온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코로나19 시기 긴급재난안전지원금 지급 때도 간접적으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원금 사용가능업종에서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지역사랑상품권 추가 발행,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채무를 일정 부분 탕감하는 방안 등도 추가경정예산(추경) 반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소상공인들은 역대 가장 긴 내수 침체와 경기 부진으로 줄폐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채무 탕감은 재기와 회복의 시그널이 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지역 화폐도 지역 내에서 경기 순환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전담 조직 확충 등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혁신형 소상공인 육성과 끊어졌던 소상공인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 중장기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