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장중 26만 원...52주 신고가
삼성전자, 이달 들어 순매수 전환
코스피 내 시총 비중 14%로 하락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한달 반 동안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3조 원가량 순매수했지만 삼성전자를 700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런 흐름은 시가총액에서도 명확히 갈렸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은 14%대로 쪼그라 들었고,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80조 원을 넘기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이날까지(5월 2일~6월 17일) SK하이닉스를 총 2조7562억 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7058억 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5월 한 달 동안 1조2778억 원을 순매도한 뒤, 이달 들어 5720억 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SK하이닉스 주가는 강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장중 4% 넘게 상승하며 52주 신고가인 26만 원을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일 18만6000원이던 주가는 이날 24만9000원으로 오르며 3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5만4300원에서 5만8100원으로 7.0% 올랐다.
시가총액 흐름도 크게 달라졌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81조2726억 원으로 늘어나며, 삼성전자(343조9310억 원)의 52.7%까지 육박했다. 연초에는 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약 33%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절반을 넘어섰다. 시총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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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주가 부진과 외국인 수급 악화가 겹치며 코스피 시총 비중도 14.27%까지 하락했다. 이는 연초(16.2%) 대비 1.93%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전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대로 쪼그라든 것은 약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삼성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외국인의 집중 매수세를 끌어낸 배경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의 기술력과 공급 실적이 있다. 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에 HBM3 제품을 안정적으로 납품하며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고, 최근에는 차세대 HBM3E 양산에도 돌입해 기술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제품 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투자자 신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AI 칩에 공급되는 HBM 수요가 확대되며 하이닉스 주가의 우상향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3주 연속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다시 한번 지수를 웃도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을 기반으로 한 주가 우상향 추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라며 "그중에서도 HBM으로 확실하게 차별화된 SK하이닉스의 주가 강세는 합리적인 흐름이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